"문화부에 (국립예술단체가) 8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일부를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그것은 국민의 명령이잖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상록 서울예술단장 겸 예술감독 직무대리에게 쏘아붙인 말이다. 이날 민 의원은 "서울예술단은 누구의 것이냐?"라고 물으며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추진을 "국민의 명령"에 비유하며, 국립예술단체가 '국민의 명령'에 따라 지방 이전에 적극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을 지역구에서 재선한 민 의원이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는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을 통해 지역구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민 의원의 이날 질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문화예술단체를 어떻게 '도구화'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졸속 결정 옹호?유인촌 전임 장관의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예술단체들의 지방 이전을 얼마나 졸속적으로 강행하려 했는지는 이미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관련 기사:
문체부, 비상계엄 다음날 서울예술단 지방 이전 '일방 통보' https://omn.kr/2ef7t).
해당 기관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 언론의 정당한 취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정보조차 위법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반대는 물론이고, 수천 명의 관객과 팬들이 이전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정권이 바뀐 후, 졸속으로 추진되던 국립예술단체들의 지방 이전도 재검토 수순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자행됐던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정작 여당의 국회의원은 '왜 윤석열 정부 때 추진하던 정책을 계속 추진하지 않느냐'라고 이재명 정부의 문체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역문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는 것과 서울예술단을 광주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 궤를 같이하고 있지만…"이라고 이야기하자, 민 의원은 "궤를 같이하면 계속 가야지"라고 잘라 말했다. "이것은 흔들리면 안 되는 정책"이라며, '유인촌표 정책'에 힘을 실었다. "정말로 지역의 시민들을 문화예술의 2등 시민으로 만들면 안 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의 명령이 곧 국민의 명령이라며 따르라는 식의 민 의원 발언은 결국 "서울예술단이 안 가면 어떻게 하겠어? 가야지"라고 이야기 한 유인촌 전 장관의 발언과 도긴개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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