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대표작 ‘향수’에 등장하는 가야르 부인은 안락한 노후 생활을 꿈꾸며 평생 고생해 집 한 채를 마련한다. 하지만 그 집을 처분하고 받은 돈이 ‘하이퍼 인플레이션’(통제 불능의 물가 상승)으로 휴지 조각이 돼 그녀의 노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비록 소설 속의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이는 단일 자산에만 의존하는 노후 준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늘어난 기대 수명으로 은퇴 이후의 삶이 근로 기간만큼이나 길어졌다. 또한 단순히 자산을 축적하는 것을 넘어 소진 속도를 늦춰야 하는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마켓 타이밍의 유혹과 초기 하락의 위험성많은 투자자가 요즘 같은 상승장에서는 연금자산의 평가금액이 증가해 수익을 확정 짓고 싶은 욕구가 높아지고 자산의 매도 시점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다. 과연 은퇴를 앞두고 위험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을까. 혹은 시장이 고점인 것 같으니 주식 관련 자산을 전부 매도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