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로 친일재산 환수 업무가 이관된 뒤 15년 간 친일파 재산이 국가에 환수된 사례가 전무한 가운데,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들이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토지점용료까지 챙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9일 대법원(재판장 대법관 오석준, 2024다305995)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고손자 민△△씨와 민○○씨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의 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고 민△△씨와 민○○씨가 부친 민병도(閔丙燾, 1916~2006, 남이섬설립자, 민영휘의 손자)로부터 물려받은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읍 퇴계원리 소재 토지를 경기도 남양주시가 도로로 사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점용료'(부당이득금)를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소송은 2022년 시작됐다. 1심판결에선 원고(민영휘 후손)가 패소했지만, 항소심재판부와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남양주시청은 세금으로 민영휘 후손 2명에게 각 94만여 원, 연간 190만 원에 가까운 도로점용료를 내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병도의 후손 중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씨도 지난해 11월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토지를 공동소유하고 있는 민병도의 후손은 총 5인으로, 다른 2명도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남양주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 커진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사건번호2023가단5365913)은 민영휘의 증손자이자 민병도의 손자들이 대한민국과 경기도 광주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친일파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광주시가 민영휘 후손들이 물려받은 토지를 국도와 지방도로 점용하고 있는 만큼 부당이득금(토지점용료)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소송은 오는 11월 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판결이 번복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민영휘 후손에게 연간 128만여 원, 광주시는 2383만여 원을 지불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법원 "민영휘 아들 민규식‧민천식이 증여받은 토지는 친일재산"아무리 친일파의 후손이 소유한 토지여도, 국가나 지자체가 토지주의 동의 없이 도로를 개설하거나 사용할 수는 없다. 부당하게 점용했다면 토지점용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이 소유한 토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에 해당하는 재산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친일의 대가로 1904년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취득하거나 후손에게 유증이나 증여된 재산은 취득시점부터 국가재산으로 간주한다.
현재 시점에서 친일파 후손의 이름으로 소유권 보존 등기가 진행됐다 해도 애시당초 취득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이 민영휘 후손에게 도로점용료를 납부하라고 판결한 토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읍에 있다(도로, 112㎡, 공시지가 1억1061만 원). 1996년 대한민국으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마쳤지만, 2005년 민영휘 후손들이 소송을 통해 되찾았다.
이 토지의 최초 소유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3남 민천식(閔天植. ? ~ 1915년 12월 6일)이다. 민천식은 1913년 조선총독부가 토지조사작업을 하면서 최초로 토지를 사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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