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 거대한 다리에 갇힌 섬

IE003540844_STD.jpg

섬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잃어버린 고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섬은 이제 '쉼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된 자연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섬이 아니라, 전시장 같아요."

죽도 입구에 선 한 관광객의 말처럼, 섬의 풍경은 더 이상 자연의 것이 아니다.

강원도 동해안의 대표적인 무인도 죽도! 그 이름처럼 대나무와 암반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다양한 식생이 자생하고, 바닷속에는 해조류와 어패류가 풍성하게 터전을 이루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 그 섬은 거대한 구조물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다.

2025년 10월 29일, 눈앞에 보이는 섬은 거대한 다리 아래 가려져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섬이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섬을 향한 '편의'의 이름으로

섬을 연결하는 수백 미터 길이의 다리가 2025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관광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세워졌지만, 콘크리트 기둥과 철제 난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 섬의 규모를 압도하며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섬을 찾은 김광진(62세)씨는 "이런 섬이라면 멀리서 바라보는 게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다른 관광객 이준호(70세)씨는 다리 아래를 바라보며 "자연을 보러 왔는데, 철근과 시멘트를 보고 가네요"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다. 세금으로 지어진 다리와 부대시설들이 섬의 고유한 풍경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IE003540850_STD.jpg
IE003540856_STD.jpg

이미 입은 상처

섬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다며 설치된 각종 시설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있다. 섬의 고유한 생태와 지형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암반 위에 세워진 의자와 데크는 관광객에게는 잠시의 쉼터가 되지만, 섬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인공 구조물이 늘어날수록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균형은 무너지고 섬 고유의 생태계는 파괴된다.

멀리서 섬을 바라보던 한 관광객은 "아직 개방전이라서 가보지는 않았지만 섬에 각종 시설물을 설치한다면 섬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시설들은 공사업체를 위한 것이지 방문객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IE003540851_STD.jpg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