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도 해결 못한 배변 문제, 선진국 대한민국은 외면 중

병상에 누워 계신 어르신들의 배변 문제는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지만, 하루의 품위와 마음의 평온,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좌우하는 문제다.

조선의 왕조차 배변을 통해 건강을 세밀하게 살폈지만, 정작 배변을 처리하는 기술은 500년이 지나도록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1인당 GDP가 3만 4000달러를 넘어선 지금까지도, 노년의 배변권은 복지의 깊은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이제는 기술과 정책을 통해 이 마지막 존엄의 영역을 채워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으킨 세대에게, 왕도 누리지 못했던 대우와 존중을 돌려드릴 시간이다.

침대 위에서 존엄이 무너지면 지혜도 사라진다

박중현 교수는 평생 대한민국 상하수도 발전을 이끌어온 거장이다. 전쟁 폐허 속에서 국가 기반을 닦아온 토목·상하수도 기술자들의 자부심을 기록했고, 한글의 과학성과 미래 생명공학까지 넘나들며 한국 과학기술의 방향을 고민해온 분이다.

그러나 다리에 힘이 약해져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화장실을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그는 내게 조용히 말했다.

"체면이 말이 아니야… 이런 상태에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렵네."

이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었다. 불편함과 수치심이 인간의 존엄뿐 아니라, 그가 가진 국가적 자산인 지혜와 창의력까지 약화시키는 순간을 직접 보고 겪은 것이다.

그분뿐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어르신들이, 가난과 전쟁, 재건과 산업화를 견뎌온 세대가, 노년에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조차 남에게 맡기며 수치심 속 하루를 보내고 있다.

왕조도 배변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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