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저녁 7시, 국회 정문 앞에서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의 주최로 반도체특별법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긴급 집회가 열렸다. 집회의 전체 진행은 이종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아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맡았다.
공동행동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 대한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을 제외하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각종 특혜를 제도화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맞서기 위해 2025년 2월 10일에 출범한 연대체다. 공동행동은 해당 법안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고 재벌에만 특혜를 집중하는 법이라고 비판해 왔다.
현재 공동행동에는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을 포함하여 총 72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나, 이날 집회 현장에는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깃발이 많지 않았다. 진행자 이종란 활동가는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안전, 건강의 문제"라며 노동조합들의 보다 폭넓은 참여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총 20개의 단체가 참가했고, 참가단 명단은 다음과 같다.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기후정의동맹, 노동건강연대, 노동당, 노동해방열사 정신계승사업회, 말벌 연대동지,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명일지회,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스튜디오 알, 이랜드노동조합, 이수기업 지회, 정의당,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학생 공동행동, 플랫폼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분회(가다나순).
집회는 민중의례로 시작되었고, 참석자들은 노동 해방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열사들과, 매일같이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숨져간 노동자들을 기리는 묵상의 시간을 가진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어진 첫 발언에서는 진보정당 대표단이 나섰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와 김성봉 노동당 부대표는 정의로운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 특별법을 전면 백지화하고 재검토해야 함을 촉구했다.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해미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반도체특별법이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법이라 지적하며, 해당 사업이 막대한 물과 전기를 소모하고 지역 환경을 파괴하는 구조임을 비판했다. 이어 "이 법은 산업 육성이 아니라 반환경적 개발을 합법화하는 법"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입법임을 강조했다.
이용덕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활동가는 국회를 향한 규탄 발언과 함께 삼성과 SK 하이닉스와 같은 초거대자본의 운영을 노동자와 민중이 통제해야만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 번째 발언에 나선 이재범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명일지회 회장은 무노조 경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기조로 인해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음에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첨단 산업을 주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하청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음을 규탄하며, 반도체특별법이 노동조합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박내현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반도체고등학교 신설' 계획을 비판했다. 그는 '반도체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아무 나쁜 일도 안 생겼는데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국회의원들의 반응에 대해, "어떤 나쁜 일을 기대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라며 지적했다. 또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중시하면서 어디에 취업하는지조차 모르는 교육청과 고등학교의 실태를 고발하며 청소년의 교육권과 노동권의 문제를 규탄했다.
발언 중간에는 문화노동자 박준의 문화공연이 이루어졌다. 박준은 '전태일다리에 서서'와 '힘들지요'를 부르며 장시간 노동과 산재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로 전하고 집회 현장에 용기를 돋아주었다.
집회의 마지막 순서로 결의문 낭독이 진행되었다. 권영은 반올림 활동가, 조찬우 반올림 자원활동가, 신동민 민주노총 화섬노조 조직국장, 양진아 서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임용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가 선창자로 나서 반도체특별법 저지와 노동시간 연장 반대의 뜻을 함께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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