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노동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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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FOSEP)과 소셜코딩이 주최한 'AI와 과학기술, 사회, 미래 토론회'가 지난달 22일(토요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미나 공간에서 열렸다. 발제자와 토론 참여자 30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대학, 정부 출연 연구원, 신약개발 벤처기업 등에서 근무하는 연구자, 게임개발자, 과학과 사회의 접점을 연구하는 과학사회학자, 그리고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AI를 연구, 학업, 산업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는 당사자들이었다.

이날 토론회 1부는 '현장에서 바라본 AI'를 주제로 ▲ AI의 두 얼굴: 혁신과 부정적 활용의 경계에서(한국에너지공과대 이현우) ▲ AI+바이오시대(서울대 의과대학 배상수) ▲ AI발전으로 변화중인 현업개발 프로세스의 근황과 다가올 미래(댄디라이언 노희명) 등으로 구성되었고, 2부는 'AI와 미래'를 주제로 ▲ AI는 과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전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오철우) ▲ AI와 노동의 미래: 기대와 우려(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기철) 등으로 구성되었다. 발표 이후 전체 토론을 진행하며,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주제 중 하나인 'AI와 노동의 미래'는 토론 참여자 모두의 관심 속에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과거 산업혁명이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는 과정이었다면, AI는 인간의 사고와 판단, 그리고 전문적 역량까지 기계가 모방하고 흡수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변화의 충격은 크고, 속도는 빠르며, 파급효과는 넓을 것이다. 과연 앞으로 AI는 일터, 일자리, 그리고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AI는 노동을 대체할까, 노동을 지원·보완할까

이날 주제 발표에서는 지난 2024년 국가통계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 "인공지능(AI)이 일자리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전병유) 논문 등 기존 연구문헌들을 소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AI가 할 수 있는 과업(Task)이 전체 직업 과업 중 50% 이상이면 자동화(Automation) 또는 대체 가능성이 높고, 그 이하이면 인간 노동을 보완 또는 지원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콜센터 상담, 단순 고객 응대, 반복적 제조 공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미 AI 기반 자동화 효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AI가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것이다. 반면, 의료 분야에서 AI는 암·폐 질환 등 영상 진단에 활용될 수 있지만 의료행위의 최종 책임이 의사에게 있다. AI는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과업 수행에 있어 인간의 판단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앞으로도 AI는 그 과업에 대해서는 노동을 증강 또는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한 국내 기업 대상으로 AI 도입률·영향률에 따른 고용과 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기업 수준에서는 AI가 단기적으로 고용이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한요셉,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한국개발연구원 2023).

그리고 국제노동기구(ILO)의 직종별 GPT 노출도 지표와 통계청의 2023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자료를 분석해, GPT 기술이 인력을 대체할 잠재력을 가진 일자리와 인간 노동을 보완할 잠재력을 가진 일자리를 추정해 보았다. 그 결과, 한국에서 증강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는 454만 개로 전체의 16.0%, 자동화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는 277만 개로 전체의 9.8%로 추정되었다(전병유 2024).

한편, AI 확산이 청년층에게 더 큰 고용 충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의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한진수·오삼일) 보고서에 따르면 AI 확산이 청년층(15~29세) 일자리에 미친 영향을 국민연금 가입자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간 연령대별 고용 증감률에서 청년층 일자리는 21.1만개 감소했다. 그 중 20.8만개가 AI 고노출업종(AI에 많이 노출되는 업종)에 해당되었다(기여율 98.6%). 반면 50대 중장년층의 일자리는 20.9만개 증가했는데 그 중 14.6만개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기여율 69.9%). 이는 경험과 경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쉽게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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