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연이 있는 유물을 관람하세요”

131860816.1.jpg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시립박물관 야외전시장에 가면, 높이 2m에 무게가 2.5t이 넘는 거대한 철제 종(鐘)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미술 1세대 평론가로 불리며 초대 박물관장을 지낸 이경성 선생(1919∼2009)이 1946년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부평구에 있던 ‘일본 육군 조병창(造兵廠)’에서 옮겨 온 것이다.일본은 1939년 부평에 병참기지이자 군수공장인 조병창을 세운 뒤, 한반도에서 금속류를 공출해 이를 녹여 무기로 만들었다. 중국 각지에서도 금속류를 대대적으로 수탈했는데, 이 종은 송나라 때 만들어져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한 사찰에 있던 것으로, 그곳에서 한반도의 조병창까지 실려온 것이다. 이 때문에 종 옆 안내판에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이곳에 왔나’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중국의 고즈넉한 산사를 지켜야 할 종이 인천의 박물관 뜰에 놓이게 된 것 자체가 기구한 운명이라는 뜻이다.인천시립박물관은 이 종을 포함해, ‘우리 박물관의 기구한 손님들’이라는 주제로 상반기 기획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