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일식처럼… ‘눈부신 순간’ 함께 보는 이야기”

132917282.4.jpg2016년 경기 이천시의 한 지역축제 현장. 라틴 음악단이 가설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동안 옆에서 인형 탈을 쓰고 열심히 춤을 추는 알바생이 있었다. 그날 공연엔 이름 없는 밴드부터 마술사까지 다양한 팀이 참여했다. 비록 세간의 ‘성공’ 기준에선 멀어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그 알바생은 최선을 다해 무대를 채우는 모습에서 그들의 “눈부신 순간”을 목격했다. 시간이 흘러 당시 인형 탈을 썼던 알바생은, 소설이란 또 다른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가 됐다. 2022년 등단해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이효석문학상’을 연달아 휩쓴 소설가 함윤이(33). 지난달 11일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문학과지성사)를 펴낸 작가를 3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수록작 ‘구유로’의 주인공은 개기일식 기념 축제에 참가한 무명 걸그룹. 이들은 오래된 승합차를 손수 몰고 전국의 축제를 전전하며, 얼렁뚱땅 지어진 무대를 오르내린다. 데뷔와 앨범 발매는 계속 미뤄지고, 스물일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