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에 '조력발전' 재평가…英머지조력에 水公 '도전장'

한국수자원공사가 세계 최대 규모인 시화호조력발전 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영국 리버풀권역정부(LCRCA)가 추진하는 조력발전 개발사업 참여를 추진한다. 지난 27일 경기도 안산시 소재 시화호조력발전소에서 만난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영국 리버풀 사업과 관련해 "최종적으로는 지분 투자 참여로 사업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아직 환경영향평가 중이고 발주 계획이 나와 봐야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버풀권역정부가 추진하는 머지(Mersey) 조력 사업은 리버풀을 가로지르는 머지강에 700MW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다. 연간 1.2TWh의 전력을 생산해 최대 10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사업비는 약 40억 파운드(약 7조 5천억 원)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22년 리버풀권역정부의 요청을 받고 리버풀 내 조력발전 후보지 조사, 운영 기술 세미나, 엔지니어 기술 교류 등을 이어온 데 이어, 지난 5일엔 △머지 조력발전소 설계·시공·운영 등 전 주기 기술협력 △조력발전 디지털트윈 및 AI(인공지능) 운영 기술개발 협력 및 도입 △신규 조력 사업협력 등을 내용으로 한 합의각서(MOA)도 체결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시화호조력발전소를 운영해온 실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시화호와 서해를 가로지르는 연장 11.2㎞의 시화방조제에 2011년 준공돼 상업 발전을 시작했다. 발전시설용량 254㎿로, 240㎿ 규모의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를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조력발전은 달과 태양이 해수면을 끌어당기는 밀물과 썰물 때 해수면 수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보름달이 뜰 때는 외해와 시화호 사이의 낙차가 가장 커져 하루에 12시간을 계속 발전할 수 있고, 가장 적을 때는 2시간만 발전해 편차가 크다. 수공은 2021년부터 AI 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 'K-TOP 4.0'을 적용, 매일 달라지는 해수면의 낙차를 읽어내 연간 552GWh, 약 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최대한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조력발전은 환경오염 우려로 그간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탈탄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재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시화호조력발전소는 1990년대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된 시화호 수질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건설됐는데, 생태계 복원에 더해 이제는 중요한 재생에너지 공급처로 떠올랐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지난해 5월 삼성전자에 10년간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체결,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캠페인)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재생에너지를 한국전력의 전기보다 더 낮은 단가에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맺은 셈이라, RE100 이행과 비용 측면 모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수자원공사는 시화조력의 삼성전자 공급 외에도, 수력 및 수상 태양광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SK하이닉스, 네이버, 롯데케미칼, 우리은행과 PPA를 체결해 공급하고 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회원사의 RE100 달성률은 53%인 반면 한국은 12%에 불과한데, 국내 재생에너지 절대량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재생에너지 생산을 대폭 확대해 우리 기업의 RE100을 지원한다는 게 수자원공사의 포부다. 조력 발전을 포함해 수열, 수상 태양광, 수력 등 물 에너지를 2030년 10G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시화호를 중심으로 '시화 융복합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 수소실증센터 구축 및 조력 증설, 해상풍력, 해상태양광 등 중장기 추진 과제도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상수도 관로에 흐르는 하천수 등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열은 송전선로 확충 없이 빠르게 보급할 수 있고, 댐 수면 위에 개발하는 수상 태양광은 기존 수력발전 송전망을 활용해 교차 발전하는 해법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가속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2030년까지 원전 10기 규모의 물 에너지를 지속 개발해 국가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