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농약 분무기로 만든 첼로 네 대로 구성한 ‘유니크 첼로 콰르텟’. 크리에이티브아트 제공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 아름다운 현악 4중주 화음이 울려 나온다. 그런데 소리가 살짝 밝고 가볍다. 무엇보다 악기 색깔이 화려하다. 빨강 파랑 보라 초록. 악기 윤곽도 각이 져 있다.
이어 첼로 네 대만으로 구성된 4중주단이 무대에 올라온다. 이들의 첼로는 은색으로 빛난다. 농촌에서 낯익은 농약 분무기가 몸통이다. 역시 쨍하니 밝지만 아름다운 첼로의 화음이 울려퍼진다. 작곡가 이승규의 업사이클(재활용) 음악단체 크리에이티브아트가 만든 ‘플라스틱 콰르텟’과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다. 플라스틱 콰르텟의 악기들은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재활용 음악 ‘업사이클 뮤직’을 표방하는 작곡가 이승규가 현 위에 재활용품을 올린 ‘쓰레기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아트 제공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이 작곡가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활동을 멈춘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원인을 공부하면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와 기후위기가 이런 신종 전염병 확산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됐죠. 예술가로서 어떻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기후위기가 가져온 멸종을 고발한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를 작곡해 발표했고, 2022년 버려진 농약 분무기로 유니크 첼로를 개발했다. 7월에 창단 연주회를 열고 다음 해에는 정규 1집 ‘위로’를 발매했다. 업사이클 현악기 16대로 구성된 유니크 챔버 오케스트라도 그해 만들었고, 7월에 광주 동구 계림동에 업사이클 음악 공간 ‘물꼬’를 열었다. 2024년에는 플라스틱 콰르텟을 창단했다.
“농약분무기는 크고 구하기 쉬운 울림통이 있는 데다 나무 첼로와 가로 사이즈가 같아 업사이클 첼로의 재료로 택했습니다. 플라스틱 현악기를 만드는 데는 단단한 정도가 악기를 만들기 적합한 ABS 플라스틱 소재의 장난감을 쓰고 있죠.”
이 작곡가는 업사이클 소재로 칼림바(손으로 뜯어 오르골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제작해 보급도 하고 있다. “기존 칼림바에 비해 1개를 만드는 데 1.2kg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업사이클 뮤직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쓸모’를 다시 보자는 것입니다. 가치와 관점에 따라 쓰레기가 될 뻔한 것도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갈등과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에 다양성과 공존의 미덕을 전하고 싶습니다.”
플라스틱 콰르텟은 2월 14일 정규 1집 디지털 앨범 ‘이계(The Two Seasons)’를 발매했다. 환경 변화로 여름과 가을 두 계절밖에 남지 않은 지구의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 앨범은 유튜브에서 들어볼 수 있다. 올해는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텀블벅 사이트에서 모금을 하고 있다.(검색어 업사이클뮤직)
14일 광주 남구 양촌길에서 후원 콘서트도 갖는다. 이승규의 ‘이계’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트레팍’,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 등을 플라스틱 콰르텟과 유니크 첼로 콰르텟이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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