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뽀얀 백자 연적에 나비 한 마리가 단정히 앉았다. 팔각 몸통에는 푸른 청화(靑畵)와 붉은 철화(鐵畵)로 쓴 칠언절구 시 한 편이 한줄한줄 번갈아 적혔다. “형태는 깨끗한 옥산이요 마음은 물을 좋아하니(形靜玉山 心樂水), 그 누구의 지혜로움이 이와 같고 어느 누구의 어짊이 그와 같으리오(孰如其智 孰如仁)”.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특별전 ‘호림명보’에서 전시 중인 18세기 조선 ‘백자 청화철화나비문 시명 팔각연적’이다. 보물로 지정된 단 두 점뿐인 백자 연적 중 하나로, 공자의 요산요수(樂山樂水)를 연적에 절묘히 빗대 더욱 아름답다. 이를 포함한 보물 54건과 국보 8건, 서울시유형문화유산 11건 등 소장품 100여 점이 이번 전시에 총출동했다. 지정 시기에 따라 유물을 소개한 동선 속에서 ‘나만의 보석’을 발굴할 관람 포인트를 알아봤다.①드라마가 있는 유물호림박물관을 세운 기업가 호림 윤장섭(1922~2016)은 간송 전형필, 호암 이병철 등에 견주는 문화유산 수집가로 손꼽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