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 사실이 조선 사람들에게 알려질 무렵인 1600년대 중반. 그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한 장의 특이한 지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천하도(天下圖)”라고 부르는 지도인데, 전체 모양을 둥글게 표현하기도 했거니와 그 내용도 세계 지도의 형태로 여러 대륙과 대양을 표시하고 있다. 이 지도는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조선 후기의 지도책 중에는 손바닥만 한 이 세계 지도를 보기 좋게 맨 앞에 한 장씩 끼워 넣은 것들이 여럿 남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하도는 실제 지구의 모양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지도의 중심 부분은 그런대로 비슷하다. 조선과 중국, 일본 등의 나라가 표시돼 있고, 지금의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에 해당하는 안남, 섬라, 대완 같은 나라도 있다. 그에 비해, 지도의 주변 부분에는 알 수 없는 바다와 대륙들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엔 중국 고전 등에 나오는 온갖 신화적인 나라들이 적혀 있다. 눈이 하나뿐인 종족이 사는 ‘일목국’, 거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