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취임사에서 '내란 척결' 삭제한 국방일보

국방부 기관지인 <국방일보>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취임사 가운데 12·3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누락하는 등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안 장관은 지난 25일 취임사에서 앞부분을 비롯해 전체의 5분의 1 정도를 '12·3 내란 척결'을 가장 강조했는데, 정작 <국방일보>는 지난 28일 1면 머리기사로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내란,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해버린 사실을 확인됐다.

안 장관은 취임사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에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의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를 것"이라며 "지난 상처를 딛고, 제복의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이)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군의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신뢰와 군복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불법 계엄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 장관 취임사를 다룬 <국방일보> 1면에 실린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강군 육성에 진력" 제목 기사에는 관련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신문은 안 장관이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기반한 군사대비태세'와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강군 육성'을 거론한 것을 기사 첫머리에 올렸다. 이어 '국민의 군대 재건'과 '군 구조와 체질의 근원적 개혁' '한미동맹 강화' '방산강국 실현' '한반도 평화정착의 군사적 뒷받침' 등을 안 장관이 말한 순서대로 나열했다.

정작 안 장관이 가장 강조한 12·3 내란 척결에 대한 메시지는 기사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것이다.

또 안 장관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문민통제의 원칙", "'국민주권 정부'의 첫 국방부장관이자,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장관"이라는 부분도 기사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국방부 기관지인 <국방일보>를 발행하는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잇단 정치편향적 행보로 최근 국방부 감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국방일보는 12·3 내란사태를 정당화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1면과 2면에 배치해 '내란 동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채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통화가 자작극이라며 관련 기사를 국방일보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채 원장의 지시로 국방홍보원이 <한겨레>와 <경향신문> 구독을 해지하고, '중국인 간첩 99명' 등의 허위 보도를 한 <스카이데일리>를 새로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KBS 기자 출신인 채 원장은 과거 후배 기자를 폭행해 보직 사퇴한 전력이 있다. 채 원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공보 특보를 지냈고 지난 2023년 5월 국방홍보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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