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그가 선도해서 만들어 낼 '진짜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그런데 그 진짜 대한민국은 어떤 대한민국일까? 그는 선거 기간 중 민주당을 '중도 보수'로 위치 지우기도 하고 최근 들어서는 아주 자주 '실용주의'를 표방하기도 했는데, 이런 데서는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 같은 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그리고 자신의 이념적 지향에 대한 예각화를 피하고자 했던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가끔,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곤 했다. 아마도 이 표현이 그가 만들어 보려 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지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해 주는 건 아닐까 싶다. 이를 좀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아마도 그가 말하는 '대동세상'은 그의 궁극적인 정치적 이상을 담고 있는 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동세상 또는 '대동사회'는 사실 오랫동안 유교 전통이 추구해 왔던 정치적 이상을 담고 있다. 이런 전통적인 정치적 이상이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구호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이 대동 사회의 이상은 '천하위공(天下爲公)', 곧 '세상은 모두의 것이다'라는 걸 기본 원리로 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유교적 평등주의의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원리는 현대적 맥락에서 볼 때 아주 강한 복지국가에 대한 지향을 담고 있다.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은 대동 세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을 친하지 않고 자기 아들만을 귀여워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그 삶을 편안히 마치고, 젊은이들은 쓰이는 바가 있으며, 어린이들은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고, 홀아비·과부·고아, 자식 없는 노인, 병든 자들이 모두 부양되며, 남자는 모두 일정한 직분이 있고, 여자는 모두 시집갈 곳이 있도록 한다. 땅바닥에 떨어진 남의 재물을 반드시 자기가 가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들은 자기가 하려 하지만, 반드시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간사한 모의가 끊어져 일어나지 않고 도둑이나 폭력배들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놓고 닫지 않는다."
이 대동세상의 이상은 우리 인간의 본원적 취약성과 의존성을 직시하면서 이를 보듬어 돌보는 게 국가라는 정치적 질서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인간은 누구든 상처 입기 쉽고 아프고 외로울 때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데, 국가의 궁극적 목적은 누구든 그런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대동세상에서는,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생존할 수 없는 유아동기의 유약함과 생리적 노화 및 병듦, 그리고 홀아비나 과부가 되며 고아가 되거나 늙어 혼자가 되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는 사회적 외로움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인간이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불가피한 상처 또는 고통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 인간의 취약성이나 타인에 대한 의존성은 결코 어떤 사회적 악이나 병리가 아니다. 오히려 그 사실이 지시하는 돌봄의 필요나 상호적 유대 및 호혜의 당위는 정치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도덕적 과제다.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기본 사회'의 이상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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