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후 암흑천지 같은 국민의힘에서 홀로 반딧불처럼 빛났다. 그가 4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윤석열 제명과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는 걸 보고 그의 마음속을 엿보고 싶었다. 돈키호테인가 싶을 정도로 무모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진의도 궁금하거니와 도대체 어떤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혹시 '관종'은 아닌지 캐보고 싶었다.
지난 2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준비된 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구도와 관련해서는 김문수 우세 현상과 한덕수 추대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오로지 '반이재명' 정서에 기대는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견제 기능 부재도 지적했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했다. 그의 언어는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다. 논리적 언변도 돋보였지만, 슬픔과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심성이 더 다가왔다. 특히 5.18 정신을 말할 때 그랬다. 최근 5.18 묘역 참배로 친한동훈계와도 결별했다는 그는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줍게 웃었다.
-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관전평을 한다면?
"보수당은 보수의 가치, 즉 그 사회가 받아들인 내재적 가치를 수호하고 원칙을 지키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당연히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도 그래야 한다. 경선 며칠 전에 입당해 유력 후보가 된 김문수 전 장관은 자유통일당 대표였다. 그 정치적 의미는 보수당인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인 자유통일당에 흡수된다는 것이다. 매우 위험하고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그뿐 아니라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후보 자격을 줄 움직임마저 있다. 역시 원칙 훼손이자 전형적인 야합 정치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는 총리가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 이번 대선은 12.3 사태에 따른 보궐선거인데 그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가 후보로 나선다는 걸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나? 가장 아쉬운 점은 정책 제안 없이 오로지 '반이재명'으로 뭉친다는 것이다."
그는 장차 탄생할 거대 집권 여당과 약한 야당의 불균형한 구도를 우려했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 후보는 똑똑하고 통제력이 있고 꼼꼼한 성격이라고 알고 있다. 또 실용적이다. 아마도 강력하게 행정부를 장악할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힘을 합치면 입법부의 절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87년 헌법 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 집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봐 왔지만, 권력이 집중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건강한 견제력을 가진 야당이 돼야 한다. 견제력을 가지려면 국민 지지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지 못하고 극우와 수구에 참칭 당하고 족벌정치에 갇히고 무뢰배 정치로 퇴색하면 국민이 지지할 수 없다. 그러면 권력이 집중될 민주당을 견제하지 못한다. 권력에 취하면 독재로 흐를 수 있다."
"나를 잡는 데 혈안이 된 희한한 풍경"- 탈당 압박이 심하지 않나?
"나를 '배신자'로 간주하고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지역에서도 나의 정치·사회 기반이 완전히 붕괴했다. 카르텔을 형성한 지역 기득권자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 울산 남구갑에서 당선될 때는 지지율이 꽤 높지 않았나?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꽤 괜찮은 입지였다(웃음). 지역구가 서울로 치면 강남 같은 곳이다. 울산 기득권자들이 모여 산다. 나는 전통 TK(대구·경북) 출신 성골이다. 지역 정치인이 다 20~30년 선배다 보니 차기 주자로 주목받았다. 당에서도 그런 걸 생각해선지 나한테 많은 당직을 부여했고 나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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