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른다."
국회의사당 마이크를 타고 울린 이 단어는 차라리 총성이었다. 피로 써내려간 광주의 역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진화위) 위원장은 24일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잘 모른다." 그 순간, 박선영은 한순간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농락하는 상징이 되었다. 몰랐던 것이 아니다. 모른 척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모른다는 무기를 휘두른 것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자는 거짓말쟁이보다 더 악질적이다. 거짓은 덮을 수 있지만, 외면은 아예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광주는 죽음의 공포를 넘어선 도시였다.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우리는 인간이다"고 외쳤던 도시였다. 그 피와 눈물, 그 모든 저항과 희망을 박선영은 '모른다'는 말 한마디로 지웠다. 그의 '모른다'는 비수는 진실의 심장을 향했다. 피로 쓴 역사의 책장을 찢어버리려 했다.
박선영, 당신은 스스로를 진실의 심판자로 착각했다. 그러나 진실은 이미 당신을 심판했다. 광주의 피는 무덤 속에 있지 않다. 광주의 진실은 살아 움직인다. 당신의 무지와 오만 그리고 모른 척하는 비겁함을 낱낱이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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