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엔 '계파'를 초월하는 존재가 있다. 시각 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의 안내견 '태백'이다. 태백이는 김 의원과 7년간 손발을 맞췄던 안내견 '조이'의 후임이다. 지난 2월부터 국회로 출근해 그의 각종 의정활동을 보좌하고 있다. 의원총회가 열리는 날이면 태백이는 당내 초선 의원부터 6선 의원까지, 지역구와 계파를 막론하고 모두와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난 23일 오후 본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과 태백이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네 다리로 서서 취재진을 반긴 태백이는 사무실 한쪽에 있는 자기 자리로 가 눈을 붙였다. 1시간 동안의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개운하다는 듯 기지개를 켠 뒤 꼬리를 흔들며 배웅에 나섰다. 김 의원은 그런 태백이를 보며 "회복탄력성이 굉장히 좋은 아이"라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당이 굉장히 어려워졌다"며 "당이 특정 계파로 나뉘어서 분리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백이 정신이라면 우리 당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위기 상황에 부닥친 당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당내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인적 쇄신'을 두고도 고민 끝에 답을 내놨다. 김 의원은 "인적 쇄신의 대상은 나를 포함한 107명의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라며 "실현할 방법은 개개인의 자성(自省)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더해 "쇄신에 있어 말보다 중요한 건 실천"이라면서 "각자 자리에서 맡은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경우엔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입법과 정책을 마련해 쇄신을 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월로 예고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당 대표 후보군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이에 김 의원과 지난 24일 오전 다시 전화 통화를 나눴다.
아래는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인적쇄신 대상 지목하는 사람도 쇄신 대상"- 지난 12월 있었던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재까지 당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비상계엄 이후 당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사실 그전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려우며,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비상계엄을 저지른 사람이 윤 전 대통령인데 우리 당에서 세운 사람이잖나. 조기 대선도 패배가 정해진 것으로 봐야 했다. 아직도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에 정권을 빼앗겼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 역시 나름의 의견이니 비난하거나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 당이 공당으로서 품격과 명성을 유지하고, 더 많은 분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 이제 다른 방향을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구체적으로 당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둘이 아니지만... 다수가 소수에게 '소수가 다수를 낙인 찍었다'라고 하는 프레임이다. 이를테면 계엄을 두고 '옹호한 사람이 누가 있냐', '우리는 옹호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에게 탄핵을 반대했다며 (계엄 옹호) 프레임을 씌웠다', '프레임을 씌운 이들은 당 안에서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이라는 식이다. 실제 원내에도 이런 목소리가 있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당은 계속 어렵지 않을까?"
- 당에서도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혁신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인적 쇄신'이 거론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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