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지자체'가 아니라 '지방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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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중꺾정) 칼럼이 시즌 3에 걸쳐 51편 연재됐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날카롭게 해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귀한 공론장이었다. 그러나 이 치열한 지면에서조차 거의 다뤄지지 않은 주제가 있다. 바로 '지방'이다.

지금까지 지방분권과 지역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다룬 글은 단 한 편, 그나마도 선거제도 개혁의 일부로 지방선거를 잠시 언급한 것에 그친다. 필진에 지방대 소속 교수가 몇몇 포함돼 있지만, 참여연대라는 조직 자체가 그렇듯, 우리의 시선은 줄곧 중앙정치, 서울의 국회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 외면은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한국 시민사회마저 얼마나 깊숙이 중앙집권적 사고에 포섭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이자, 우리가 넘어서야 할 첫 번째 관문이다.

우리는 지금 폭발의 임계점에 다다른 듯한 수많은 사회적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인구문제, 주택문제, 교육문제 등 이 모든 사회적 스트레스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권력과 자원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다. 모든 기회와 가능성이 서울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한,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지방은 소멸하며, 국가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과밀화는 민주주의를 흔든다

이것은 단순히 자원 배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이 동등한 주권자임을 전제하지만, 현실은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분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의 불균등한 배분은 시민의 정치적·사회적 기회의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결국 '지방 소멸'이라는 절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비명과 다르지 않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이래 민주당이 지방자치국가에 대한 강한 지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저변에는 보수정당과 다름없이 지방을 바라보는 중앙의 뿌리 깊은 불신과 폄훼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덕도 신공항은 그 시선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방민의 고단한 이동 현실은 외면한 채 '허브 공항 중복'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거나, 신공항의 탄소배출만 문제 삼는 이중적 태도는 중앙의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낸다. 이런 시선 아래 지방의 모든 시도는 '토목사업으로 토호의 배만 불리는 예산 낭비'라는 딱지가 붙는다.

이러한 지적이 완전히 그릇됐다고 강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중앙집권적 구조가 바로 그 '지방 수준'을 영원히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책임질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유능한 인재가 모이고 정책 역량이 성장하길 바라는 것은 싹이 틀 수 없는 척박한 땅에 씨앗을 뿌리는 격이다.

중앙의 왜곡된 시선은 '메가시티' 구상과 같은 대안마저 길을 잃게 만든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설 대항마를 키운다는 발상 자체는 진일보했지만, 지금의 담론은 오직 '발전'과 '성장'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출 뿐, 지역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치'의 문제에는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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