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이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재명 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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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 출범 후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그 배경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23년 12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에 있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다. 남과 북은 더 이상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갈등 관계에 있는 인접국가라고 규정한 것이다.

김정은의 주장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통일 문제에 관한 상징적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임종석이 '더 이상 통일을 하지 말자'라는 마치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듯한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되었다. 임종석이 제기한 또 다른 '두 국가론' 주장은 역설적으로 남북통일 과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에서 한목소리로 북한의 주장을 다각도로 비판하며, 통일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남북의 민족적 역사적 과제라는 것을 강조했다.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기는커녕 끝없이 도발하고 적대시했던 지난 정부조차도 남북통일은 포기할 수 없는 공동체의 과제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 없는 통일부 부처명 변경

통일부 부처명 변경 의견이 제기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저하된 시대 분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년 통일의식조사에서 남북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6.9%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의 경우, 23%가량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여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남북 관계가 단절 상태일 뿐 아니라 통일의 추진을 위한 기본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통일부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남북한 공존, 평화라는 '현실적' 목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 과거, 동서독 분단문제를 내국 문제로 다뤘던 서독이 '내독부'라고 명명한 부처를 통해 동서독 문제를 다뤘던 사례가 언급되었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사명인 통일 과제를 포기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는 논의로 하고, 통일부 부처명 변경 논의가 시작도 없이 끝난 이유는 간명하다. 목표를 수정한다고 그것에 쉽게 도달할 수 있거나, 북한이 그에 적극 부응할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어떤 목표를 추구하던 그 과정에서 취하게 될 대북 정책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뭔가 풀리지 않으면 간판을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통일부 부처명 변경은 전혀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 관계 복원의 실마리 찾기

최근 공식 취임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무너진 남북관계의 회복을 시급히 수행해야 할 1차적 과제라고 천명했다. 남북통일과 그것을 이뤄가는 단계적 과제로서 화해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노력이나 요구로 실현될 수 없는, 양측이 함께 풀어야 할, 대상이 있는 과제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 또한 남북한 두 집단 사이의 관계의 산물이다.

2011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한 후 휴지기를 거쳐 남북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교류 협력의 전기를 맞이했다. 연이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껏 올랐던 기대감을 무너뜨렸던, 남한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충격적이었던,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끝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저서 <통찰>에서 남북한 관계가 현 상태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의 하나로 북한의 남한에 대한 신뢰 붕괴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한미 관계의 '관성' 속에서 자주성을 상실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를 보며 남한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 끝에 나온 것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라는 것이다.

통일 문제를 남북의 문제이자 동시에 국제 문제로 다뤄야 하는 남한의 입장에서 해법 마련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짧은 해빙기 이후 다시 꽁꽁 얼어버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관계가 무너진 그 지점에서 복원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분투가 필요하다.

통일부의 시급한 과제, 수십 년간 누적된 대북 적대의식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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