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이 끝난 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 한 마디를 던져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했으니까요. 한국 기자 중 질문할 사람이 있나요?"
순간, 폐막식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듯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 통역이 필요할 것이다. 괜찮다"고 말하며 웃어 넘겼고, 세계가 생방송으로 지켜봤던 그 기회는 결국 중국 기자에게로 넘어갔다. 이후 국내 커뮤니티에는 질문하지 않은 '기자들의 자질이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글이 넘쳐났다.
기자의 질문은 권력을 긴장하게 만든다이날 한국 기자들이 왜 그 자리에서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온갖 해석이 난무한다. 오바마가 갑자기 질문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 했다는 것부터 해서 세계가 집중하는 큰 자리에서 느꼈을 중압감, 게다가 자리가 자리인 만큼 '영어로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복잡한 심경까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무조건 기자로서 질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 때문에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질문을 통해 본질을 찾아간다. 그렇기에 평소에도 두루 관심과 관찰력으로 실체적 진실을 탐구해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어떤 질문이든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투영해 볼 때, '돌발스런 자리라서', '혹은 영어를 못 해서', '어떤 질문할까 생각이 늦어져서' 이러한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말이 있다. '기자의 질문은 곧 권력을 긴장하게 만든다'고. 기자라는 직업을 꿰뚫는 말이다. 기자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공권력에 책임을 묻고 진실을 파헤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질문이 사라진 기자회견장은 통제된 연극에 가깝고 질문 없는 언론은 감시망이 풀린 사회로 이어진다. 기자의 질문은 권력을 향한 시민의 눈과 입이다. 정책은 어떤 배경에서 결정됐는지,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는지,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묻는 것은 단지 기자의 일이 아니다. 시민 모두의 알 권리를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질문은 권력을 투명하게 만들고,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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