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언론에 공개된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두 달 전인 12.3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언행이나 계엄군의 움직임 등이 소상하게 나와 있다.
특히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부하들과 수 개월 전부터 계엄을 모의했으며, 군을 얼마나 동원해 어떻게 실행했고, 어떻게 계엄을 해제했는지 모든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종북 좌파들을 놔두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대통령은 만류하는 국무위원들에게 '국무위원의 상황인식과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계엄의 불구덩이 속으로 끌고들어갔다. 공소장이 명명한대로 '하자있는 국무회의'에 불려나온 국무위원들은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한없이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만다.
방첩사, 수방사, 특전사 등 최정예 부대의 사령관들은 수 개월 전부터 윤 대통령 또는 김용현 국방부장관(전 경호처장)으로부터 계엄 계획을 들었으면서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내란행위에 동조해버린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장, 서울청장 모두 정권의 지시에 따를 뿐 저항 없이 의원들의 국회의 출입을 막고 요인 수사 인력 차출에 적극 협조했다.
아직 조사할 지점이 많이 남았지만, 당시 내각을 담당했던 국무위원들이나 군부에 대한 수사는 상당 정도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101쪽이나 되는 검찰의 공소장을 꼼꼼히 읽어봐도 보이지 않는 수사의 사각지대가 있다. 권력기관인 대통령실과 국정원, 그리고 검찰에 대한 수사 상황을 살펴봤다.
[대통령실] 지근거리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과연 몰랐을까정부 내에서 가장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필하는 곳은 당연히 대통령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대통령실 사람들의 이름은 극소수다.
맨 먼저 등장하는 이름은 당연히 정진석 비서실장. 그는 계엄 당일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 앞 대접견실에 있었다.
대통령의 생각과 일정을 가장 잘 알고 있었어야 할 그는 다른 국무위원들처럼 계엄 선포 직전 사실을 알게 된다. 국무위원들의 증언과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그제서야 "비상계엄 안돼!",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비상계엄이냐"며 홍철호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과 함께 윤 대통령을 말렸다고 한다.
계엄 모의 자체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충암파' 등 일부 군인들과 짜고 극비리에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비서실장도 몰랐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두 번째 등장하는 대통령실 인물은 국가안보실의 인성환 2차장이다. 육군 소장 출신으로 국방 분야를 담당하는 인 차장은 계엄 이튿날인 4일 새벽 1시 16분부터 47분까지 대통령실과 길 하나 떨어진 건물에 자리잡은 합동참모본부 지하 결심지원실(결심실)에서 최병옥 국방비서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과 회의를 했다. 이때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킨 뒤였기 때문에 선관위 병력 재투입 여부를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소장에는 나오지 않지만 야당은 2차장실 내에 북파공작원(HID) 출신 요원 등으로 구성된 비밀 조직이 있는 것과, 안보 담당인 김태효 1차장이 2023년 6월 1일 자신의 관할도 아닌 강원도의 HID 부대를 방문해 요원들의 훈련을 점검한 사실도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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