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반부패운동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는 지난 11일 2024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지난해보다 1점이 상승했으며, 국가순위도 전체 18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30위를 차지해 두 계단 올라섰다. 순위로 보면 최근까지도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학살을 저지른 이스라엘과 공동 30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상승했고 순위는 21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점수는 정체하고 순위는 7년 만에 하락했는데 이번에 다시 점수와 순위가 상승했다.
세계적으로는 덴마크가 90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핀란드가 88점으로 2위, 싱가포르가 84점으로 3위, 뉴질랜드가 83점으로 4위, 룩셈부르그·노르웨이·스위스가 81점으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서는 싱가포르, 뉴질랜드에 이어 호주(77점, 10위), 홍콩(74점, 17위), 부탄(72점, 공동 18위), 일본(71점, 공동 20위), 타이완(67점, 공동 25위)이 우리나라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남수단은 8점으로 최하위인 180위를 기록했으며, 소말리아는 9점으로 179위, 베네주엘라는 10점으로 178위, 시리아는 12점으로 177위에 그쳤다.
하지만 종합결과와는 달리 이번 평가에 반영된 법치주의 지수와 정치부패 지수는 각각 전년 대비 1점, 5점 하락했다. 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의 법치주의지수는 지난해 70점으로, 전년 71점 대비 1점 하락했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원이 평가한 정치부패지수는 64점으로, 1년 새 5점 떨어졌다. 공적자금 유용 정도 등을 평가하는 이코노믹인텔리전스유닛의 국가위험지수는 같은 기간 72점에서 67점으로 5점 낮아졌다.
이번 부패인식지수 산정에 참여한 국제 평가기관인 베텔스만재단은 "한국은 '권력남용-정치적 목적이 담긴 수사-대통령 사면'이라는 악순환 때문에 반부패 분야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대기업에 의한 부패·알선수뢰 척결의 성과가 미미하다. 대기업에 과도한 경제적 권력이 편중돼 있고 이들 기업이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패인식지수 발표와 관련해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이상학 박사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박사는 경기도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민간의장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열린정부위원회(OGP) 민간의장, LH공사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 등의 활동을 했다. 다음은 며칠 간 그와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먼저 독자들을 위해 부패인식지수가 무엇인지 설명하면?
"부패인식지수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지수다. 부패인식지수는 전문가의 분석이나 설문, 그리고 기업 경영자들의 설문을 통해 각 나라 공공영역의 부패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80여개 국가의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촛불 거치며 부패 경각심 커져... 비상계엄사태는 아직 반영 안 돼- 지난 11일 발표된 2024년 부패인식지수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지난해보다 1점이 상승했다. 국가순위도 전체 18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30위를 차지해 지난해 보다 두 계단 올라섰다. 이런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2024년 점수가 1점 상승했으나 2017년 이후 빠르게 상승하던 부패인식지수 점수가 2020년을 넘어서면서 상승속도가 둔화되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권력층에서의 부패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부패인식지수 점수가 상승한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다.
2017년 이후 부패인식지수가 빠르게 개선 된 것은 촛불운동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부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국민들의 반부패의식과 촛불운동의 영향으로 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했던 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권력층에서 벌어진 불공정한 행위와 부패행위가 드러나면서 부패인식지수의 상승속도는 느려졌으며 이번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권력층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하고 부패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부패인식지수가 일정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높은 국민들의 반부패의식, 그리고 일정한 수준의 제도적 장치를 갖춘 민주주의제도와 반부패제도의 힘이라고 판단한다."
- 지난해 12.3내란과 뒤 이은 국회 탄핵 등도 나중에 부패인식지수에 반영될 것으로 보나? 반영된다면 어떻게 부패인식지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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