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에 규정된 비상계엄 요건과 절차를 무시하고 군을 동원하여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한 위헌적·위법적 조치였다. 이는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 가치, 제도 그리고 규범이 약화하는 민주주의 퇴행과 다른, 민주주의 붕괴와 독재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결정적 위기(acute crisis)였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민주 시민의 강한 저항으로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다시금 회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 위기와 회복의 과정은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희생시키고, 국민에게 정치적·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국민은 민주주의 회복 능력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민주주의 위기를 다시금 경험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안정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첫째, 국민이 국가에 의한 부당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공유하고 저항할 준비뿐만 아니라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화하여야 한다. 우리는 첫 번째 조건이 성숙하였음을 두 차례의 민주주의 위기 회복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인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는 거름망은 제도화되지 않았다. 그 결과, 무능력하고 망상에 빠진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와 규범을 지키지 않는 잠재적 독재자가 등장하여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낼 수 있는 거름망을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는 거름망은 정당,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이라는 중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우선 핵심적인 거름망 역할을 담당하는 정당은 선거 승리만을 위해 정치 양극화를 선동하고 민주적 규범을 무시하는 잠재적 독재자를 영입하거나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이 정강 정책과 강한 규율에 기반하여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장기적이고 유익한 정책을 생산·실행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은 인지도 높은 인물이 아닌 당 활동을 통해 민주적 규범을 훈련받고 검증된 인물을 공천하고, 정치지도자가 아닌 정당조직과 민주적 규칙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당 내 다양한 의사가 표현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당은 잠재적 독재자에 의해 포획되지 않고 민주정당으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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