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여전히 행정수도를 꿈꾸는가. 아니면 충청도 사이에 낀 특별자치시에 불과한가. 그것도 아니라면 선거철 표심 낚는 미끼용 도시인가. 가끔 이런 맹랑한 의문에 휩싸이곤 한다.
행정수도를 만든다며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넘었는데도 그저 행정도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 600년 전 세종의 위대한 꿈을 계승해 그 묘호인 '세상(世)의 으뜸(宗)'을 딴 것이 세종시다. 왕의 묘호를 딴 지명은 유일무이하다. 하지만 세종의 꿈은 꿈풀이도 안 되는 일장춘몽 같다. 한때 행정수도 열풍으로 부동산 광풍만 휘몰아치다 그쳤다.
행정수도의 본질은 천도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서울을 약화시키겠다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가의 무게중심을 지방으로 균형 있게 옮겨보자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행정수도와 대통령실 이전 이슈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천도(遷都)와 수도(首都)를 설명하려면 60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태조 이성계는 즉위 직후부터 수도 이전에 힘썼다. 개국은 개경(개성)에서 했지만, 새 왕조는 새 도읍지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는 3년(1394) 만에 한양으로 천도했다. 하지만 정종은 1차 왕자의 난이 벌어졌던 한양을 싫어해 재위 2년(1399)에 개경으로 재천도 했고, 3대 태종은 재위 6년(1405) 다시 한양을 수도로 삼았다. 한양 천도가 완료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이후 600여 년 동안 수도 서울은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심적 역할을 하며 비대해졌다. 반면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경제 낙후 등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민선지방자치 30년, 중앙집권적 정치구조에 따른 지역 불균형과 지방 소멸은 오히려 심화됐다. 수도권 인구 집중률은 2050년 53%, 지역내총생산(GRDP)은 60%까지 오르고, 소멸 위험 자치단체는 2047년 157개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오늘날 '천도'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왕조시대는 왕이 결정하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국민 정서와 헌법 가치에 부응해야 한다. 미국의 워싱턴 DC, 독일의 베를린, 캐나다 오타와, 호주 캔버라, 브라질 브라질리아, 튀르키예 앙카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 같은 세계의 행정도시(수도)도 국론분열을 이겨내고 어렵게 탄생했다. 최근 100년 새 30개국 이상이 수도를 옮겼고, 40여 개국이 수도 이전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수도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 추진, 지역혁신체계와 혁신주도형 지방경제 구축, 지방 우선 육성과 수도권의 계획 관리 등을 내세워 추진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인정하면서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규정했다. 이후 '행정수도' 얘기는 선거 때만 반짝 타오르는 정치꾼들의 땔감용에 그치고 있다. 중원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불쏘시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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