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 이름이 같나요?"
국회 소통관 1층 로비 직원이 방문신청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느 신청서와 다를 것 없는 종이에 익숙지 않은 외국어가 적혔다. 소통관은 기자·직원·당직자가 아닌 이상 2층 기자회견장에 가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방문신청서에 자기 나라말로 적힌 이름 아래 서명한 두 사람도 그랬다. '베트남전 피해생존자 국회 기자회견.'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두 피해 생존자가 기자회견장으로 발을 옮겼다.
응우옌티탄(Nguyễn Thị Thanh).
응우옌티탄(65)과 응우옌티탄(68). 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과 하미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아래 퐁니 탄과 하미 탄). "같은 이름을 갖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동명이인이자 "집단학살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피해생존자가 19일 오전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두 사람이 함께 한국 국회를 찾은 건 2018년 이후 두 번째다.
18일부터 23일까지 한베평화재단 초청으로 두 사람이 베트남에서 한국을 방문한 둘째 날이었다. 베트남전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에 힘써 온 권현우(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임재성(변호사)·김남주(변호사) 등이 동행했다. 이제는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퐁니 탄과, 이번엔
"한국의 가장 높은 곳에 진실을 가져가겠다"는 하미 탄이 국회를 향해 증언을 시작했다. 학살 이후 57년, 그들에게 '진실'은 무엇이고 '규명'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이 읽어 내려가는 성명문을 따라가자, 두 사람의 방한을 도왔던 권현우·임재성·김남주의 설명이 뒤따랐다.
진실"대한민국 국회에서 우리가 이야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선 퐁니 탄과 하미 탄이 7년 만에 강조한 단어는 '진실'이었다.
"우리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돈도 권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억과 진실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진실이고, 그 진실에 바탕한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