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수도권 집중이 하나의 성장 전략이었지만 현재는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 있어 지방을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는 '전면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지방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거론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예로 들면서 잠깐의 갈등은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필자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한다.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견해를 듣고 잠시 생각했다. '노무현 정부 때 공공기관 이전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왔는데 과연 성공적이었나?' 20년 가까이 추진한 지방 이전이 성공적이었으면 이전 지역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져야 하고 지역민들의 생활이 나아져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서울에 살아본 사람은 서울을 떠나지 않는다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상당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정부 청사도 서울이 아닌 세종시로 이전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기관을 옮기는 결정만으로 부족하다. 직원이 지방으로 내려와야 한다. 아니, 직원과 함께 그 가족도 지방으로 내려와야지 실질적인 이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방으로 내려가라는 인사 발령에 대부분의 직원은 마지못해 올 수밖에 없다.
내려와도 혼자 와서 원룸 생활하는 사례가 많다. 가족은 서울에 남겨두고 '기러기' 신세를 자처한다. 그리고 틈만 나면 다시 서울로 올라갈 궁리를 한다. 결국 주말이면 공공기관에는 건물만 남고 사람은 서울을 오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것이 진정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 할 수 있을까?
지방 교부세나 예산 배정 등을 지역에 가중치를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구 소멸 지역에 "향후 지방 교부세와 예산 배정 등에서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에 가중치를 두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라고 했는데, 많은 예산이 지역에 내려오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세금을 내려보낼 수는 없다. 그리고 세금에 의존하면 지역 발전은 뒷일이 된다. 지역에 내려오는 세금만큼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야 하는데, 지역민으로서는 피부에 닿지 않는다. 물론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지방 교부세 증액 등은 지역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필요없다'라는 소리가 아니다.
사실 공공기관이나 공장이 지방에 이전하고 그곳에 직원 가족들이 내려와 지역민과 함께 살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런데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 남고 싶어 한다. 당초 서울이나 수도권에 직장을 잡았는데 하루아침에 지방 이전이나 발령 나면 본인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회사가 가니 어쩔 수 없이 따라가라'는 강요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라는 소리로 받아들인다. 지방 소도시가 좋고 전원 생활을 꿈꾸거나, 서울 생활이 진저리 나서 지방 이전이 더없이 반가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서울에 살아본 사람들은 서울 땅을 벗어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있고,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고, 예술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 가진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눈만 뜨면 억대가 뛰고 내 집이 수십 억 원에 달하고 계속 오른다고 하는데 그 누가 집을 팔고 서울을 떠나겠는가? 게다가 낯선 지방에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적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지방 이전으로 인한 자녀 교육 문제가 또한 큰 딜레마다. 남들은 좋은 교육을 위해 서울로 옮기는 마당에 자신은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면 부모로서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지방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고 교육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한다. 지방에서 그만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장도 마찬가지다. 지방에서 공장을 운영하기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고 한다. '세금을 깎아준다', '부지를 싸게 지원한다', '직원 복지를 지원한다' 등 부산을 떨지만 공장주는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직원들의 반대가 한몫 하지만 물류 등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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