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가 행정을 통합해 '대전충남특별시'를 내년 7월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전과 충남도는 올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인구 전국 3위, 지역내총생산(GRDP) 3위, 수출 2위의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 대전충남특별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전 인구 약 144만 명, 충남 인구 213만여 명으로, 대전과 충남이 통합할 경우 대전충남특별시의 인구는 360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 역시 대전 54조 원, 충남 143조 원 규모로, 통합시 190조 원 규모 경제권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구성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는 최근 대전·충남 지자체를 돌며 지역민들에게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자리라곤 하지만, 사실상 일방적인 설득의 자리이거나 요식행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대전충남특별시 관련 기사 댓글엔 "이름도 대충 지은 것 같은 '대충특별시'"라거나, "이럴 거면 모든 지역을 통합해 '전국특별시'를 만들어라"는 조롱도 나왔다.
지역은 지금 '초광역주의' 열풍대전과 충남에서만 행정 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부터 대구경북특별시, 부산·경남 행정통합, 부울경메가시티, 광주전남메가시티 등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초광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역마다 행정통합·메가시티 열풍이다.
행정통합은 두 개의 광역자치단체를 하나로 합쳐 조직, 예산, 인사, 재정권 등을 단일화하는 것인 반면, 메가시티는 각 시·도의 행정 독립성은 유지하되, 교통·산업·물류·교육 등 주요 분야를 공동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초광역주의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역소멸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는 행정통합과 메가시티 건설이 지역소멸의 대안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역을 통합해 인구와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초광역주의가 지역소멸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행정 통합을 통한 인구와 경제 규모를 확대하는 게 텅 비어가는 지역 문제를 해소할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개발·투자 등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 규모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지역 활성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경제성만을 고려한 시각이다.
초광역주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추진해 온 자치·분권을 역행하는 정책이다. 서울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한다는 핑계로, 메가시티 내에서의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인구 5만 이하의 지역의 소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행정통합이나 메가시티를 건설한다 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기업이 입주하고, 개발이 이뤄지고, 문화·교육·복지 인프라가 집중되는 큰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결국 지역소멸은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하나의 지역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상에 오랜 시간 존재해 온 하나의 문화 또는 문명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인구와 경제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면 작은 동네 그 자체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이 주권을 가진 주민으로서 결정권을 갖고 정책효용감을 느끼며 사는 것, 곧 자치와 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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