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극우화 담론의 역설... 이들을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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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상을 '세대'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꽤 유혹적이다.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이 공유한 어떤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가정은, 복잡한 여러 현상의 결과를 비교적 단순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는 20대, 특히 남성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너희가 6.25를 알아?'라는 한 마디로 반공주의와 독재를 옹호해 왔던 논리는 백발이 성성한 70~80대의 전유물인 줄 알았더니, 그들의 감성에 조응하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온라인의 익명성 뒤에 숨어 있던 청년 극우는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하는 천막 앞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벌이며 얼굴을 드러냈고, 이번 내란 사건에서는 선두에 섰다. 청년 극우는 분명 실재한다.

그러나 21세기에도 50년대 감수성으로 무장한 청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세대론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어사전에서 '세대'는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뜻한다고 나와 있지만, 20대 세대론은 부분적 성향을 전체의 특성처럼 포장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흔히 여론조사에서의 응답 비중을 두고 어떤 공통 의식의 결과인 것처럼 설명하지만, 특정 행동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때론 상반된 동기가 포함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오류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세대론의 '착시효과'가 아니라, 그런 착시효과를 만들어 내는 또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유와 방법이다.

세대론? 70~80대와 40대에나 가지는 설명력

'20대 남성 극우'라는 현상을 특이하게 보는 이유는 밀레니얼 이전 세대, 즉, 40~50대가 청년이었던 시절의 정치 성향과 분명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20대 남성 극우가 등장하는 현상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청년은 대체로 진보적이라는 이전의 규정이 매우 예외적인 경우였다.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동시대의 경험이 특정 연령 집단 전반의 정치 성향에 일관된 영향을 미친 세대는 70~80대 이상과 40대 정도다. 한국 전쟁의 경험과 영향, 매우 강력한 반공이데올로기 통치 체제에 철저하게 훈육되어 온 70~80대 이상 고령층의 집단적 세계관은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다.

반면, 학생운동의 대중화로 '급진적 청년 세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알려진 이른바 86세대는 과잉 대표된 그룹이다. 90년대 초반까지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모든 대학의 진학률은 3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대학 진학률이 50%를 넘기 시작한 것은 대학 설립 준칙주의의 도입으로 대학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1990년대 중반 이후다. 80년대에 대중적 학생운동이 크게 성장했지만, 86세대는 80년대 대학생 집단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소위 X세대, 즉 1990년대에 청년으로 들어선 이른바 97세대는 진보적 대학 문화의 영향에 가장 광범위하게 노출된 세대다. 거의 모든 대학, 모든 과의 신입생 환영회나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민중가요를 배워야 했고, 학과마다 특색있게 구분된 급진적 구호를 외치며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자연스러웠던 시기다. 당시에는 대학생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도 했고, 진보적 학생운동의 흥망성쇠가 오묘하게 교차하면서도 꽤 강력한 진보적 청년문화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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