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강조하는 이 대통령, 과거사 피해자들은 왜 안 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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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2023년 3월 6일 외교부청사 브리핑룸. 당시 박진 외교부장관은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의견을 진정성 있게 수렴한 결과라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공식 발표했다.

이른바 '제3자 변제'라고 불리는 이 해법의 골자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법원은 분명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스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에 배상을 명했는데, 돈을 내는 것은 그들 대신 포스코, KT&G, 한국전력 등 한국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무력화시킨 셈이다.

박 장관의 이른바 '물컵 반잔론'은 '(한국 기업만 참여하고) 일본 기업의 배상금 참여는 견인하지 못한 반쪽짜리 해법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나온 말이었다.

박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정부도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일본측의 참여도 있을 것처럼 말했다.

이쯤에서 박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절반'은 어떻게 됐는가. 절반은커녕 한 방울이라도 채워졌는가. 다시 돌아봐도 제3자 변제안은 무책임한 굴욕 외교의 끝판왕이었다.

2년 반쯤 전에 있었던 일을 길게 되돌아본 것은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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