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원상으로 돌아갔지만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한 이들이 적지 않다.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충원도 최소화한다는 합의 내용이 믿기지 않아서였다. 지금 국민들은 연일 새롭게 터져나오는 윤석열·김건희 국정 농단 소식에 분노하는 한편으로, 특검이 그 숱한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짧은 기간과 부족한 인력으로 수사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그런 터에 나온 '3대 특검법' 개정안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국민의 뜻에 위배하는 합의를 했으니 황당한 것이다. 합의 조건도 터무니 없다. 야당이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게 고작이다. 내란 사태와 윤석열 부부 전횡을 밝혀내는 것과 금감위 설치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나. 사안의 성격은 물론이고 두 가지를 동격으로 취급하는 것부터가 집권여당이 맞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말썽이 일자 민주당 지도부가 전날 여야 합의를 '1차 협의'라고 발뺌했지만 이미 한심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그나마 합의 번복이 지지층의 빗발치는 항의 때문이었다니 어처구니 없다. 상식 이하의 합의를 해놓고 반발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말끝마다 '국민 주권'과 '당원 중심'을 외치면서 일반적인 국민의 정서조차 파악하지 못했음을 실토한 셈이다. 더 기막힌 건 합의에 앞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의 역대급 망언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바로 전날 "노상원 수첩대로 됐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정 대표 연설에 "제발 그랬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대꾸한 송 원내대표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낸 게 민주당 아니었나.
국회의원 제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몇 시간 만에 동일인과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악수할 때는 해야 하는 게 정치라지만 이런 급변침에 납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늘상 있는 법안 다툼이 아니라 내란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되레 '내란 정당'이라고 비난하던 국민의힘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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