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도 있는데... 당도 부담스러운 송언석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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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본인을 향한 비판 여론에 입을 닫고 일단 비를 피하려는 모양새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제발 그리(죽었으면) 됐으면"이라고 발언하는 영상이 '미디어몽구' 등을 통해 공개됐고, 민주당은 이미 10일 송 원내대표를 지목해 의원직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관련기사: 민주, '노상원 수첩대로 되면 좋았을 걸' 발화자로 송언석 원내대표 지목).

하지만 12일 현재까지 송 원내대표는 어떠한 의견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당은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으며,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떠넘기고 있다. 정작 민주당과 원내 협상을 이어가던 10일에도 기자들이 여러차례 물었으나, 송 원내대표는 입을 열지 않았다. 11일 <오마이뉴스> 기자가 물었을 때도 동문서답하며 답하지 않았다. 그의 이같은 태도에는 강한 기시감이 든다.

4년 만에 돌아온, '슈뢰딩거의 조인트' 시즌2

송 원내대표의 이같은 '침묵'은 과거에도 전례가 있다. 바로 '당직자 폭행' 사건 때였다. 2021년 4월 7일, 그는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욕설을 날리며 당직자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가 이처럼 폭력을 행사한 건 '의전' 탓이었다. 당시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상황을 보는데 본인이 앉아야 할 자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관련 기사: 잔칫집에서... "XX놈아!"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당직자 폭행).

이후 그는 언론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전화와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해명도 반론도 하지 않던 그는 뒤늦게 <연합뉴스>의 개별 취재에 "소리만 좀 있었지, (폭행은) 없었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목격자가 여럿 있었는데도 사실 관계를 부인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도 목격자 중 한 명이었다(관련 기사: "폭행 없었다"는 송언석 의원... 그럼 내가 본 건 뭐였을까).

관측하기 이전에 존재했을 수도,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송언석 원내대표의 당시 무릎 걷어차기는 '슈뢰딩거의 조인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슈뢰딩거의 조인트' 시즌2라 불러도 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영상 기록이라는 분명한 '관측'이 있었는데도, 정작 본인은 발언의 존재를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있다. 지금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같은 밈을 현실 정치에서 소환하고 싶은 걸까?

실체를 알 수 없으니 추측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마치 '바이든-날리면' 사태의 재림처럼 본인이 말한 건 그런 표현이 아니었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리'라는 대명사가 가리키는 말이 노상원 수첩의 내용이 아니라 오·만찬 메뉴라도 되는 것인지, 설마 당시 본회의장에 있던 게 송언석 원내대표가 아니라 도플갱어였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4년 전보다 더 퇴행적인 모습이다. 당시에는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자, 이를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언론 해명을 거짓말로 한 셈이지만, 어쨌든 피해 당사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뒤늦게나마 보인 것이다. 제명 요구가 빗발치자 스스로 탈당하며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도 일부 보여줬다. 물론, 그 후 은근슬쩍 복당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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