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에 가려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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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쓰는 오늘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첫 3400을 넘었다고 한다. 주식은 기업이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유력한 방법이고, 주가는 기업의 규모와 실적과 비례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시민도 늘어났다고 하니, 시민들의 경영 참여나, 원활한 기업 활동의 결과로 얻어진 이윤을 주식 보유자들이 나눌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아도 긍정적인 일이다.

이는 경제 상황의 개선과 정치적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표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때 지수 3000을 넘겼으나 부동산 광풍으로 곧 내리막을 걸었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 내내 부동산 대출로 부추긴 투기와 중산층 이하의 소득 저하로 주식시장은 2500 전후로 침체돼 있었다. 그 위에 12.3 내란으로 야기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얹혔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주식시장의 침체는 윤석열이 탄핵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역시 경제 안정은 정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의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의 흐름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고 천명한 것이 주가 상승의 동인이 됐다고 한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나온 대출규제 한도를 6억 원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의 조치였을 것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몇 차례 조정은 있겠지만 '코스피5000'은 달성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전쟁, 관세 등 국내외 여건에 따라 출렁이는 것이 주식시장이라니까, 확언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부동산 투기보다는 훨씬 건강한 방향이라는 점에서 정부 구상대로 간다면 다행스러울 것이다. 기업과 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비전을 뒷받침할 교육·연구·문화 정책이 안 보인다

그런데 나는 두 가지 점에서 '코스피5000' 슬로건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첫째, 박근혜의 '코스피3000', 이명박의 '코스피5000'이나 737 구호가 떠오른다. 당시 이 구호는 시민들의 돈에 대한 욕망만을 자극했고, 정작 코스피 지수는 2000대에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빈부의 격차는 더 가혹하게 벌어졌다.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의 성장은커녕 맹목적인 돈에 대한 욕망만 한껏 들쑤셔 놓았던 것이다.

물론 이재명 정부가 이명박 정부처럼 근본 없는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의 조건, 자영업자의 생존, 일반 시민의 안전에 대해 지난 석 달 남짓 보여준 태도의 일관성에서 얻은 추론이다. 또한 국무회의와 대변인 브리핑의 공개에서 보여주듯이, 적어도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국민들에게 가능하면 알리려는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기에 갖는 신뢰다. 보여줄 뿐 아니라 실제로 성의 있게 국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듯해서인지, 모처럼 국민들이 대통령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농담도 나온다.

그러므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사람들의 마음에 욕망을 자극해 인기를 얻는 천박한 정치를 하지 않으리라는 추정은 과하지 않다고 본다. 즉 '코스피5000'이 욕망에 영합하는 구호가 아니라, 하나의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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