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발(發) 권력의 불안정 등 미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답이다: 자민당 레짐에서 벗어난 '수상의 정치' 시대가 온다일본 정치의 '가설' 재난 극복은 가능한가: 26년 연정 붕괴 속 보수 우클릭 실험2025년 10월 21일,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탄생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6년간 지속된 자민당-공명당(自維) 연립정권의 붕괴라는 정치적 재난이 자리하고 있다.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은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 개혁 실패와 다카이치의 강경 보수 노선을 거부하며 10월 10일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 임시변통으로 급조된 자민당(196석)-일본유신회(35석)의 새 연정은 총 231석으로 자민당은 파란의 정국을 넘어 정권을 유지하게 되었다. 공명당과의 결별로 자민당이 잃은 것은 의석수만이 아니다. 비록 연립정권 4.0 시대를 열었지만,
중도적 '안전(조정) 장치'가 제거된 일본 정치는 강경 보수 색채가 더욱 짙어진 '가설정치'의 불안정한 시험대에 올랐다.'자공(自公)' 연립의 종언, '자유(自維)' 시대의 개막2025년 10월 20일, 일본 정치사는 26년간 이어져 온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막을 올렸다. 집권 자민당이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고 '자유(自維) 연립' 정권을 출범시키기로 최종 합의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연정 파트너를 교체한 것을 넘어, 일본 정치의 DNA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지각 변동의 서막이다. '아베의 재림'이라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재와 자민당보다 더 오른쪽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유신회의 결합은 향후 일본의 국내외 정책, 특히 한일관계에 거대한 파고를 몰고 올 '예고된 미래'다.
이번 연정 합의는 총리직 확보를 위해 자민당이 유신회에 정책을 파격적으로 양보한 결과물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가 "100점 만점에 120점짜리 답변"이라고 극찬할 만큼, 자민당은 유신회의 숙원 사업들을 대거 수용했다. ▲ 오사카를 부수도(副首都)로 지정하는 방안 ▲ 중의원 의원 정수 10% 삭감 ▲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유신회의 정체성과 직결된 정책들이 합의문에 명시되었다.
이는 단순한 정책 거래가 아니다. 과거 26년간 자민당의 '안보 폭주'에 제동을 걸어온 '평화의 당' 공명당이라는 '안전핀'이 제거되고, 오히려 개헌과 안보 강화를 추동할 '가속 페달'이 장착되었음을 의미한다. <아사히신문>은 "공명당의 이탈은 자민당 우경화의 마지막 족쇄가 풀렸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으며, <니혼게이자이 신문> 역시 "정책적 지향점이 유사한 두 보수 정당의 결합으로 일본 정치의 우측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일본은 브레이크 없는 우경화의 질주를 시작할 채비를 마쳤다.
다카이치 내각의 핵심 의제: 평화헌법 9조 개정과 역사 수정주의'자유 연립'의 출범이 한일관계에 던지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단연 평화헌법 9조 개정 문제다.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며 "내각의 최우선 과제는 헌법 개정"이라고 공언해왔다. 여기에 헌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자위대의 국방군화를 주장해 온 일본유신회가 가세하면서, 개헌 논의는 전례 없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
물론 당장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중·참의원 각 3분의 2)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개헌을 국정의 최상위 목표로 설정하고 다른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꾀하며 여론전을 펼칠 경우, 그 파급력은 의석수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명시한 헌법 9조를 무력화하고,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이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위에 성립된 전후 동아시아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며, 한국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다카이치 내각의 역사 수정주의다. 다카이치 총재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고, '다카이치 담화'를 통해 무라야마·고노 담화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인물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며 정당화하는 그의 역사 인식은, 향후 한일관계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총리 취임 후 그의 첫 야스쿠니 참배는 그 자체로 한일관계 파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다카이치의 등장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동맹 관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의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근본적으로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자민당 레짐에서 벗어난 '총리의 정치' 시대가 온다, 더불어 권력의 불안정도이제 일본 정치의 축은 '당'이 아니라 '총리 개인'에게로 이동한다. 파벌의 '표 계산'만으로는 부족하다. 총리는 연정파트너를 설득해야 하고, 정책연합을 구축해야 하며, 다층적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지금 '총리의 정치'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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