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각각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론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수술대 위로 살살 꼬셔서, 마취하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아 배를 갈랐나 보다. 혹을 뗐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게 개혁이어야 한다고 대통령은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우 수석은 "비정상적인 사법부의 행위에 대해 파헤쳐야 하고 진상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도 "방법은 좀 지혜로웠으면 좋겠다. 지금, 마치 복수하고 보복하듯이 보이는 것은 올바른 방식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개혁에는 반드시 소음과 반동이 수반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라며 "그 많은 설거지를 하는데 어찌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없겠느냐"라고 했습니다.
12.3 내란이 지은 원죄일단은 노선의 차이로 보입니다. 사안의 경중완급 판단에서 이견이 생기는 건 노선의 차이입니다. 대통령실은 좀 조용히 추진하자고 하니 온건파이고, 당은 시끄럽더라도 밀어붙여야 한다 하니 강경파인 셈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단순한 노선 차이 이상의 함의가 있습니다. 국민주권정부의 전략적 고민이 들어 있습니다. 이재명 정권 5년에 걸친 국정운영 전략을 놓고 대통령실의 고민과 당의 생각이 그들 말에 들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하 국힘), 두 정당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두 번째는 두 당 지지층 간의 적대감이 극도에 달했습니다. 모두 12.3 내란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당과 지지층이 달라지면 정치 환경 전반이 달라집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민주당은 자유주의 정당에서 급진 개혁정당으로 변신했습니다. 정당이론의 '래디컬 파티'(Radical Party)에 해당합니다. 속도감 있게 그리고 뿌리까지 손 보자고 하는 근본적 개혁정당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민주당의 목적은 내란 청산입니다. 내란세력에 대한민국 거의 모든 권력기관과 기득권층이 포함됩니다. 군, 검찰, 국정원, 법원, 고위 관료, 종교, 거기에 보수정당까지 망라합니다. 부분 수리 정도가 아니라 건물 골조 공사를 다시 해야 할 판입니다.
반면 국힘은 보수 정당에서 극우 정당이 되었습니다. 지금 정당으로서 국힘의 가장 큰 특징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한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군사 쿠데타는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폭거입니다. 필경 독재로 귀결됩니다. 한국은 오랜 군사독재의 상흔을 안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쿠데타 수괴를 감싸고 내란세력 청산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국힘이 과연 민주주의를 하자는 정당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헌정 질서라는 테두리를 슬쩍쓸쩍 밟고 있습니다.
급진 개혁정당과 극우정당두 번째, 두 정당 지지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겠습니다.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보면 드러납니다. 첫째, 12.3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둘째, 그와 연계해 6.3 대선 득표 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첫째 12.3의 성격? 민주당 지지층의 답은 '내란'입니다. 불법 계엄에 친위 군사 쿠데타임은 물론 내란, 그리고 외환의 혐의도 짙다고 봅니다. 실패했을 뿐입니다. 성공했다면 민주당 정치인과 계엄에 맞섰던 시민을 죽이거나 투옥했을 것이라 치를 떱니다.
국힘 지지층 절반의 답은 '윤석열의 미친 짓'입니다. 윤석열 '개인'이 친 사고라고 규정합니다. 국힘과 무관하고, 자신들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나아가 아군에게 떨어진 폭탄이라 생각합니다. 왜 쓸데없이 미친 짓을 해서 정권을 민주당 이재명에게 갖다 바쳤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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