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의 꿈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 꿈은 정당의 간판이나 선거 득표율로 재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불평등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에서 자라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대 속에서 이어진다. 나는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 대북 확성기 재개와 전단 살포에 반대하며 평화를 지키려는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서 행동했다. 평화를 지킨다는 것은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아니라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지역정치는 바로 그 일상에 손을 얹어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실천이어야 한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얻은 힘을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기 위해 쓰는 것, 그것이 내가 믿는 진보정치다.
그래서 나는 요즘 파주에서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시작한 이 정책은, 공공이 최소한의 필수품을 책임지는 사회로 가는 실질적 발걸음이었다. 마침 파주시는 전국 최초로 기본사회팀을 신설하며 '파주형 기본사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그 '기본'에 여성 청소년은 보이지 않는다. 2025년 사업 수요조사에서 파주시는 "도비 보조율을 30%에서 40~50%로 올리면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2026년에는 참여 기준을 70%로 상향하며 약속을 뒤집었다. 파주시 재정 상황이 급변한 것도 아니다. 바뀐 것은 태도뿐, 참여를 회피하는 관성이다. 파주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정치의 민낯이며, 우리가 독자적 진보정치의 필요를 말하는 이유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동네와 사회는 분명하다. 청소년이 교통비 걱정 없이 이동하고, 여성 청소년이 생리용품을 걱정하지 않는 곳. 어르신이 끼니와 생계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동네, 노인이 폐지를 줍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장애인이 편하게 이동하고, 경비·택배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청년과 신혼부부가 주거로 좌절하지 않는 도시.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힘 자랑 정치'가 아니다. 평등을 정치의 중심에 두고 불평등을 줄이는 정치, 삶을 바꾸는 정치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치가 진보정치의 본령이다.
오늘 정의당이 창당 13주년을 맞았다. 지난 시간 동안 진보정치는 불평등, 차별, 기후위기, 노동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버티다가 독자적 진보정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나 역시 그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힘내자", "잘해보자"는 위로를 넘어, 시민 앞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히 서야 한다. 대선에서 독자적 진보정치 세력인 사회대전환연대회의 권영국 후보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시민들의 선택을 믿자. 우리는 잘하고 있다.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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