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노동 사회, 편리함의 대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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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칠흑 같은 골목길을 누군가 손수레를 밀고 지나가거나, 거대한 트럭이 물류 하역장의 불빛 아래 짐을 부지런히 쏟아낸다. 우리의 아침 식탁에 오를 신선한 재료나 문 앞에 놓일 박스 하나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가 밤의 시간을 자신의 삶과 맞바꾸고 있다. 이 '야간 노동 사회'의 풍경은 너무나 익숙해졌지만, 우리는 이 편리함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노동이 정말 '생존을 위한 필수'인지, 아니면 '편리함을 위한 기호'가 만들어낸 결과인지 성찰해야 한다.

물론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의료, 안전, 긴급 대응 영역의 야간 노동은 공동체가 함께 책임을 지는 사회보장 체계 안에서 관리된다. 그러나 새벽배송이나 심야 하역은 생존의 조건이라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충족하고자 하는 다양한 소비자 및 이용자의 욕구가 만들어낸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의 수요는 1인 가구의 생계형 소비뿐 아니라, 맞벌이부부, 신선도와 재고 관리를 위해 새벽 물품을 구매하는 자영업자와 중소 규모 기업의 절실한 필요성에서도 비롯된다. 이들의 편리함과 생계 유지 역시 중요한 경제 활동의 일부임은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새벽배송과 같은 야간 물류가 우리 삶에 필수적인 사회적 필요라면, 우리 사회는 그 필요에 걸맞도록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필수 노동 영역과 달리,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 특수고용형태가 주를 이루는 물류 야간 노동은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기업들은 이 구조를 악용하여 산업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위험과 비용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한다. 반면, 소비자 및 이용자들은 편리함에 취해 이 구조를 방관하고 있으며, 정부마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이 문제를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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