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과 장관의 이런 대화... 이 대통령, 꼭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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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통령께선 모든 걸 다 잘하고 계신데 성평등 문제, 젠더 의식은 많이 아쉽다(...) 역차별 문제도 해소해야 되지만 대통령님의 몇 번의 발언 과정에서 저는 지금 성평등가족부가 방향을 약간 혼동하시는 게 아닌가 이런 우려가 들어요."

지난 4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의 성평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 말입니다. 정훈님, 제 생각도 정 의원과 비슷합니다. 산재 근절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관,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 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유독 젠더 의식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많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남성 차별' 발언의 문제점

"남성들이 특정 영역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영역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어디에서도 안 하고 있음. (...)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면) 특정 부분에서의 남성들 차별 부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 주시기 바람." - 6월 10일 국무회의 신영숙 여성가족부 장관 대행에게 주문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취업하기까지는 여성이 좀 유리하고 남성이 차별받는 것 같다'"
"괜히 여자가 남자 미워하면 안 되지 않나.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는데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 이게 상상하기 어려운, 참으로 안타까운 일." - 9월 19일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 중 발언

"여성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은 아주 광범위하게 있잖아요. 그런데 아주 특정한 영역에서는 예외적으로 남성들이 차별받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 10월 14일 국무회의,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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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남성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언제나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더 극심하다는 전제를 깔지만,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의 초점은 '남성 차별' 문제나 '젠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가깝습니다.

사실 이 대통령이 해결하고자 하는 '남성 차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이 대통령은 '특정한 영역에서 차별'이 있다고 말했지만 '군 복무'를 제외하고는 그 특정한 영역이 무엇인지 쉽게 떠올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업하기까지는 여성이 좀 유리하다"라는 말을 전했지만, 그것은 20대 여성의 고용률이 20대 남성보다 높고(5%p, 2023년 기준) 취업 시점이 더 빠르다는 것만을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은 성평등해지고 있나?"라는 논문에서 "(20대 여성과 남성을 비교했을 때) 남성은 여성보다 첫 취업의 시점이 늦지만 더 안정적인 일자리에 들어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20대 중반 이후 남성의 임금은 여성의 임금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라고 말합니다. 이어 "20대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조건을 비교할 때, 집단으로서 여성의 우위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라며 "여성 내부의 분화 결과 상위 일자리에 들어가는 여성들이 늘었을 뿐이다"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남자들이 결혼이나 데이트할 때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와 같은 통념은 맨박스(가부장제 사회에서 강요되는 남성성)이기도 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성별 임금격차'와도 관련 되어있으니 '남성 차별'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훈님, 저는 이 대통령이 결국 청년 남성들의 '차별당한다는 느낌', 그 인식을 개선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평등가족부가 개편되면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성평등가족부가 출범하면서 새로 생긴 '성형평성기획과'는 여성과 남성의 차별에 대한 인식 격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일명 '남성 역차별' 담당 부서라고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현재 성평등정책관 아래 4개 과 중 주무과(국이나 관에서 맡은 업무를 총괄하는 과)가 성평등정책과(기존 여성정책과)가 아닌 '성형평성기획과'이기 때문입니다. 정춘생 의원 역시 4일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에 수천 년간 쌓여온 구조적 성차별 문제가 있고, 성평등가족부는 그것을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되는 숙제가 있다. 우선순위는 양보할 수 없다"라며 "성평등정책관에 주무 부서가 성평등정책과가 아닌 성형평성기획과라고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역차별 아니라 '불이익으로 느끼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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