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 덕목을 망각한 기득권 두 정당을 바로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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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했던 대학 시절, 수강했던 어느 과목의 과제는 <논어>를 3번 원고지에 필사(筆寫)하는 것이었다.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저 옮겨적기에 바빴던 그 시절에도 '정자정야(政者正也),' '정명(正名)' 두 문구에 탄복했던 기억이 난다. 공자가 이야기했다는 두 문구는 막 정치학을 접하기 시작했던 나에게도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는 것처럼 느껴졌다. 필자가 특히 공감했던 것은 두 번째 문구였다. '이름을 바로잡는 것'은 '직책에 걸맞는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위정자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된 배경에는 작금의 정치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망각한 채로 직무를 수행하다 결국 내란으로 온 나라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던 전직 대통령 그리고 그 전횡을 바로잡기는커녕 이에 편승하여 부화뇌동한 일부 위정자들이 떠오르겠지만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위헌·위법적인 계엄에 대한 사과와 극우와의 단절에 주저하며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국민의힘은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통 큰 정치로 갈등의 실타래를 풀려 하기보다는 갈등의 격화 또는 지속 속에 정국 주도권의 유지에만 골몰하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명'의 도리를 외면하고 있다.

내란의 위기 속에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단합을 외쳤던 민주당은 예전의 무책임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과 다양성 강화를 위한 정치제도 개선은 뒷전이 되었을 뿐 아니라 통합을 내세웠던 초심과 달리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일방성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목격된 일부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의 독단적인 운영과 일탈은 상임위원장 자리가 주는 공적인 무게와 책임감을 이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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