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가 2023년 9월 12일 국보 223호인 경복궁 근정전 내부에 들어가 임금만 앉는 어좌에 앉았다는 소식이었다. 이곳은 평소 일반인은 물론이고 대통령에게도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공간이다.
이 뉴스에 많은 시사 평론가들은 '이카로스의 추락'을 언급했다. 권력의 높이에 취해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려 한 교만이, 태양 가까이 날아올라 추락한 이카로스의 운명과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김건희의 추락은 '개인의 몰락'이 아니다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로스는 기계공학자이자 예술가였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아들로 부자는 함께 크레타섬의 미궁(迷宮)에 갇혔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아들에게 입혀주며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로 밀랍이 녹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는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기쁨에 취한 이카로스는 점점 높이 올랐고 결국, 태양에 날개가 녹아 바다로 떨어져 죽게 됐다.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넘어서는 교만'을 주제로 한 이 신화는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줬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대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le Vieux)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다.
나는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이카로스는커녕 비슷한 인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밭을 가는 농부, 양치는 목동, 낚시하는 어부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커다란 범선만 보였다. 그러다 배 앞쪽을 자세히 보니 하얀 두 다리가 보였는데, 그게 이카로스의 다리였다. 그가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닷속으로 빠지는 모습이 그림의 오른쪽 아래 아주 작게 그려져 있었다.
브뤼헐은 신화의 비극에서 교훈을 끌어내기보다, 비극을 외면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싶었던 듯하다. 이카로스에게 추락은 비극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범선은 항해를 계속했고, 농부는 밭을 갈았으며, 목동은 양을 지켰고, 어부는 낚싯줄을 놓지 않았다. 이카로스는 바다로 사라졌지만,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갔다.
하지만 김건희의 추락은 다르다. 영부인이라는 권위를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는 한 개인의 몰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런데도 국가가 유전무죄 같은 과거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부정부패는 더 교묘해지고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직하게 사는 것이 손해라는 냉소가 일상이 되고 실력보다 '줄'과 '뇌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굳어지게 될 것이다. 부패가 국민의 무관심 속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브뤼헐의 그림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그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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