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지방정부'라는 표현을 써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특례시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임 사무와 재정 특례를 확대해 주시고, '특례시 지원 특별법' 제정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마이크를 잡은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을 앞에 두고 어렵게 얻은 발언 기회였기에 한순간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건의 내용을 머릿속에 하나씩 떠올리며 특례시가 직면한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간절한 눈빛으로 얻어낸 발언권... 특례시 논의 국가적 의제로 격상11월 12일 낮 12시경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국정설명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정부단체장 164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특히 중앙정부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이선호 자치발전비서관 등이 함께했다.
국정설명회를 주재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발언하는 것도 큰 문제였지만, 정부와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애초 정명근 시장은 이날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할 것으로 알았다.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름뿐인 특례시' 문제에 대해 꼭 발언하고 싶었지만, 사전에 정해놓은 시군구 대표 한 명씩의 발언자 외에는 발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는 버리지 못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다른 분들은 식사 시간을 조금 뒤로 미루더라도 자유롭게 가능하면 많은 분이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며 추가 발언을 허용했다.
정해진 3명의 단체장이 발언을 마치자, 정명근 시장은 사회를 보던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을 향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김남준 대변인과 눈이 마주쳤다. 정 시장은 '나 여기 있다. 정말 발언하고 싶다'는 신호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김 대변인도 그 눈빛의 간절함을 읽었을까. 발언권을 얻어보겠다고 십여 명의 단체장들이 정 시장과 동시에 손을 들었지만, 김 대변인은 정 시장을 첫 번째 발언자로 지명했다. 그렇게 정 시장은 대통령에게 '특례시 특별법' 제정 지원을 직접 건의할 수 있게 됐다.
정명근 시장이 이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특례시 권한 확대를 건의하면서 그동안 지역 차원에서 머물던 특례시 논의를 국가적 의제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성특례시를 비롯한 수원·용인·고양·창원특례시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기초지방정부임에도 광역시급 행정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특례시' 제도 시행 이후에도 실질적인 권한 이양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명칭만 '특례시'일 뿐 기초지방정부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0만 명의 직주락 가능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해야"지난 18일 오후 화성특례시 동탄출장소 집무실에서 만난 정명근 시장은 "대통령에게 건의도 했으니까, 아무래도 국회에서 특별법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 "행정안전부에서도 아마 관심을 두고 특별법 제정 지원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어떤 식으로든 제가 얘기한 것이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화성특례시는 전국 출생아 수 1위, GRDP(지역 내 총생산) 1위, 25조 원 투자유치, 보타닉가든 조성, 국제테마파크 유치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직주락효(職住樂孝) 가치가 살아 있는 따뜻한 공동체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4개 일반구(구청) 설치 등 도시 내 행정력 분권도 단행해, 현장 중심 신속행정(30분 민원처리 등)과 각 생활권 특성을 살린 맞춤형 도시 발전 전략까지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많다. 정명근 시장은 "2040년에 화성시 인구가 180만 명에서 200만 명 정도 될 것이다. 지금의 경제 구조나 환경에서는 베드타운이 될 확률이 있다"면서 "200만 명의 직주락이 가능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명근 시장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권칠승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화성특례시장까지 올라 '공무원들의 롤모델'로 불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열심히 일해 왔고, 새로운 비전을 추진하려고 한다. 현명한 시민들께서 판단해 주시지 않겠느냐"면서 "제 일을 계속 이어서 하고 싶은 의지는 매우 강하다"고 말해, 내년 지방선거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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