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볼드모트' 한동훈? 론스타 승소에도 이름 안 불리는 까닭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의 이름이 국민의힘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과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볼드모트'라고 한 전 대표를 비꼰 바 있는데, 결은 다르지만 이 별명이 자당에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볼드모트'는 J.K.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요 악역으로, 작중 인물들은 그를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자'라며 거명을 피한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승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공'을 가로채지 말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한 차례 패소에도 불구하고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취소 소송을 주도했던 '최대 공로자' 한동훈 전 대표의 이름은 끝끝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장관 등 여권에서조차 뒤늦게 한 전 대표의 공을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과 사뭇 대조된다(관련 기사: 정성호 "한동훈 론스타 항소 잘한 일, 모든 관계자 헌신으로 승소" https://omn.kr/2g41h ).

공식 석상에서 한동훈 언급 않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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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년 넘게 이어온 대한민국 정부와 론스타의 악연이 우리 정부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환영한다"라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4000억여 원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해주신 모든 공직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송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 고위 인사들이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의 외교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황당함을 넘어 '철없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항소 결정을 하니, '승소 가능성 제로이고, 국고만 축낸다'는 식으로 막무가내식 비난을 퍼부었던 사람이 현재 대통령실 고위 공직자로 있는 황당한 인사에 대해서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이라면 '국정의 연속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론스타 문제는 여야 진영의 문제가 아닌 국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잘 되면 내탓, 잘못되면 남탓'의 자세로는 국정을 온전히 이끌 수 없다"라며 "성공한 역사든, 실패한 역사든, 모든 유산을 물려받아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약 4조 원에 매각해 이미 엄청난 이익을 확보하고서도 우리 정부에 6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전형적인 탐욕적 투기자본"이라며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철없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우리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다시는 이 같은 투기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도 당부했다.

이날 송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동훈'이란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모든 공직자'로 통칭됐을 뿐이다. 공식 논평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이번 승소는 전 정권에서부터 이어진 공직자들의 노고로 빚어진 성과"라고만 표현했고, 박성훈 수석대변인 또한 19일 논평에서 "이번 승리는 대한민국이 법리에 근거해 끝까지 싸워 얻어낸 성과"라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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