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단 병원에서 도망쳤다. 더 있으면 시체로 나와야 할 것 같았다. 누가 봐도 뼈밖에 안 남은 몰골의 강민국은 9년 넘게 군에서 복무해 이제 제대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고참 병사였다. 하지만 남은 1년을 버틸 수 없었다.하루에 3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쉬는 날도 없이 공사판에서 버티던 강 씨는, 열흘 전 배가 너무 아파 병원에 실려 왔다. 하지만 병원에서 딱히 해주는 것은 없었다.엊그제 군의관이 들어왔다. 링거라도 맞아야 한다고 했다. 술병, 맥주병 상관없이 끓는 물에 넣었다가 꺼내면 링거 병이 된다. 강 씨에게 온 병은 마침 투명한 병이었는데, 주사액을 본 강 씨는 경악했다. 병 안에 숱한 부유물들이 둥둥 떠다녔다. 저 이물질들이 혈관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끔찍했다.“싫습니다. 놓지 마세요.” 저항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강제로 링거를 맞았다. 그날 저녁부터 고열이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다음날 군의관이 다시 들어왔다. 또 링거를 들고 왔다. 그리곤 “오늘은 좀 더 정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