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이 사임했다. 아직 임기를 4개월 이상 남겨둔 상황이었다. 여상원 위원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의'가 아니라 '당으로부터' 먼저 그만둬달라고 연락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장면 둘]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의 사의가 반려됐다. 이를 최초 보도한 TV조선은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기사를 수정했지만, 당은 정작 이를 인용한 보도들에 대해 별다른 정정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장동혁 대표가 박 대변인을 '재신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관련 기사:
김예지 "박민영 사과, 받은 바 없다... '사의 반려' 이해 안 돼" https://omn.kr/2g3rq).
한 사람은 사의가 없는데도 사퇴를 종용했고, 한 사람은 스스로 사의를 밝혔는데도 이를 거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의 이 엇갈리는 듯 보이는 결정은, 또 다른 장면으로 완성된다.
[장면 셋]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이겼지만, 최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이름을 정작 국민의힘에서 전혀 부르고 있지 않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게 무슨 해리포터에 나오는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자 볼드모트도 아니고 홍길동이 무슨 자기 아버지 이름을, 호형호제할 수 없다는 것도 아니고"라고 꼬집었다(관련 기사:
국힘 '볼드모트' 한동훈? 론스타 승소에도 이름 안 불리는 까닭 https://omn.kr/2g44m).
장동혁 체제 이후 국민의힘이 극우의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명징한 징후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심지어 보수언론에서도 한목소리로 지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극우화'만으로는 채 설명이 안 된다. 그 기저에는 장동혁 체제의 노골적인 '반한' 감정이 깔려 있다.
여상원 내쫓는 국민의힘, 박민영 붙잡는 장동혁여상원 윤리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배경은 결국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여 위원장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판한 데 대해 '주의'만 내리고, 공식 징계 절차는 밟지 않았다. 이 결정이 장동혁 대표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저 때문에 쫓겨나시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라며 "제가 윤리위에 출석했을 때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면서도 당이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추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셨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어이는 없다"라며 "엉뚱한 행동과 발언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여론의 비난을 받게 만드는 게 해당 행위라면 정작 그걸 하는 분들이 누구일까?"라며 "옳은 일로 핍박받는 사람들에게 그 핍박은 결국 훈장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믿는다. 고생하셨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반면, 박민영 대변인의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에 나가 발언한 것은 '친한계' 김예지 국회의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날 박 대변인의 선을 넘는 비난은 여성이자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의 정체성을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을 공천하고 지도부에 함께 뒀던 한동훈 전 대표에게까지 미쳤다. 사실상 여전히 당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계'가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박 대변인이 장동혁 대표로부터 '면죄부'를 받고, '엄중 경고'에 끝난 것은 사실상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은 괜찮다'라는 시그널인 셈이다. 친한계 인사가 방송에서 친윤계와 당을 비판하는 것은 '해당행위'로 몰아세우면서, 친윤계 인사가 유튜브에서 친한계와 한 전 대표를 비난하는 것은 불문에 부치는 것. 결국 연결고리는 '한동훈'이다. 장동혁 대표에게 친한계 인사나 한동훈 전 대표는 그 정도 모욕과 혐오를 받아도 괜찮은 존재들인 셈이다.
친한계의 친윤계의 비판은 안 되고, 친윤계의 친한계 비난은 괜찮고?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