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면 해"는 끝났다, '공무원 복종 의무' 76년 만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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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시키면 해야지 별 수 있나..."

대한민국 공직 사회와 군대를 지배해 온 이 자조 섞인 한탄이 76년 만에 사라질 전망입니다. 정부와 국방부가 맹목적인 복종 대신 '합법적 직무 수행'을 강조하는 법 개정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25일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핵심은 '불법 명령 거부권'의 명문화입니다.

국방부는 법안에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거부할 수 있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헌법을 준수해 명령을 발령해야 한다"는 상관의 의무도 명시했습니다. 상관의 명령이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부당한 명령 거부, 항명죄로 처벌할 수 없다

만약 이 법이 조금만 더 일찍 존재했다면 어땠을까요.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은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위법한 수사 개입으로 판단해 거부했습니다. 돌아온 것은 보직 해임과 '항명죄' 재판이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박 대령과 같은 행동은 '항명'이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으로 보호받게 됩니다.

공무원 사회도 대변화를 맞습니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이후 공무원을 옭아매던 '복종 의무' 조항이 사라집니다.

정부는 기존 법에 명시된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이를 "지휘, 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체부 공무원들은 위법임을 알면서도 청와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를 따라야 했습니다. 이를 거부했던 공무원들은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당하거나 쫓겨났습니다. 이번 개정은 영혼 없는 공무원을 강요받던 이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방패'를 쥐여주는 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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