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활동이란 곧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일정을 소화할 것인가? 어떤 메시지를 어떤 톤으로 낼 것인가? 선거 포스터는 어떤 콘셉트로 뽑을 것인가? SNS 전략은 어떻게 할 것인가? 때로는 그 하나의 선택이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복잡하고 어려운 '정무적' 판단과 '정치적' 선택을 의원 개인이 오롯이 감내하는 경우는 드물다. 당 혹은 의원들끼리 상의하는 경우도 많지만, 정무를 담당하는 수석보좌관을 포함해 보좌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일도 흔하다. 특히나 선거 같은 민감한 시기가 다가오면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소위 말하는 '컨설팅'의 시즌이 찾아오는 것이다.
2024년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던 해이다. 국회에 남고 싶은 의원들, 국회로 진입하고 싶은 후보자들 모두 절실하게 조언과 자문을 구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정치자금으로 컨설팅 비용을 지출한 의원은 총 42명으로, 전체 액수는 9억 293만 5000원이었다. 의원 1인당 평균적으로 2150만 원 가량 지출한 셈이다.
하지만 이 전략과 조언에 지출되는 '컨설팅 비용'은 대부분 하나의 뭉텅이 항목으로 기재됐다. 실제로 어떤 서비스에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패키지' 박수영 6540만 원... '컨설팅' 이준석·조승환 5000만 원'컨설팅'이 포함된 단일 횟수 최다지출자는 박수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재선, 부산 남구)이었다. 박 의원은 2024년 6월 7일 ㈜폴리컴에 6540만 원을 지출했다. 명목은 "선거 미납금 지출"이었고, 세부 항목으로는 "선거공보, 벽보, 컨설팅 비용"이라고 적시했다. 선거 공보물과 벽보 등 출력 비용이 '패키지'로 묶이면서 높은 금액이 나온 것이다.
박수영 의원실은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3가지 항목이 함께 묶이면서 금액이 높게 나온 것"이라며 "컨설팅 비용만 따로 산정하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컨설팅 비용에 어느 정도 지출했는지, 선거를 앞두고 어떤 컨설팅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회신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2024년 4월 19일에도 "선거운동 준비 비용-컨설팅 비용-정책개발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같은 회사에 1870만 원을 지출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재선, 부산 사하구 갑)도 비슷한 경우였다. 이 의원은 2024년 6월 11일 "홍보물 제작 및 정책개발 컨설팅"이라며 총 6000만 원을 5000만 원과 1000만 원으로 나누어 지출했다. 같은 해 4월 21일에도 "선거운동 준비 비용-컨설팅 비용-정책개발 컨설팅 비용"으로 4500만 원을 지출했다. 총 1억500만 원 지출로, 2024년 컨설팅 비용을 지출한 의원을 통틀어 가장 높은 액수이다.
다만, 이성권 의원실은 "하반기에 쓴 6000만 원은 의원 '자산'에서 지출한 것으로 처리했다. 의원 개인이 사용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정치자금 사용 내역에는 일단 포함됐지만, 실제로는 후원금이 아니라 의원 사비를 썼다는 취지이다. 또한 "해당 항목 중 2000만 원 이상은 의정보고서, 벽보 등의 인쇄비"였다며 "실제 컨설팅에 소요된 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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