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라, 아득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권력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계엄군과 싸우며 희생한 이들의 회고와 증언을 통해서 계엄의 폭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뿐이었다. 화염병을 들고서라도 최루탄에 맞서야 했던 선배들의 역사는 전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긴급담화를 한다는 소식이 퍼졌고, 계엄이 선포되었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딥페이크' 장난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난데없는 계엄령 앞에서 한동안 사고가 정지되었는데, 그 정신을 날카롭게 깨운 것은 '국회로 집결하라'는 선배·동료 의원들의 메시지였다.
민주당은 일고의 망설임도 없었다. 반드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서 계엄해제요구안을 가결시키는 것이, 그날 300명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었다. 그것만이 민생과 민주주의, 안전과 평화를 비롯한 모든 것을 지켜내는 길이었다.
국회로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경찰들이 국회를 에워싸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순간에 '계엄 해제'는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해내야 하는 필생의 임무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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