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 선포되었던 2024년 12월 3일 밤, TV 속보를 지켜보던 K씨는 집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는 한강 건너 여의도 국회가 보였다. 계엄군을 태우고 국회 쪽으로 날아가는 헬리콥터들을 본 K씨는 한달음에 국회로 달려갔다. 그날 K씨는 다른 시민들과 함께 계엄군의 진입을 막으며 국회를 지켰다.
얼마 뒤 그는 계엄 선포가 몇 달 전까지 자신이 수행했던 비밀 작전과 맞닿아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이 위험한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 K씨는 지난해 연말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문을 두드렸다. 대북전단에 반발한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기 7~8개월 전부터 시작된 국군심리전단의 전단 작전은 이렇게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K씨는 2023~2024년 국군심리전단 예하 O중대에서 제원산출병으로 복무했다. 작전 당일 기상상황에 따라 전단을 날려 보낼 지역을 선정하고 풍선에 주입하는 수소의 양, 전단 무게 등을 계산하는 전단작전의 핵심보직이었다. 그는 정확한 횟수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6~9회가량의 전단 작전에 참여했으며, 한 번 작전 때마다 1000Kg의 전단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증언했다.
전단 작전에 대해 부대 간부들은 '다른 소대도 모르게 하라' '합참도 모르게 하라'고 강조했다. 또 작전은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리는 날에 맞춰 실행되었으며, 북한이 문제 삼을 경우에 대비해 '민간단체가 한 일'이라는 답변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2일 기자와 만난 K씨는 "군은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무장을 하고 있는 조직인데,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킬 게 뻔한 작전을, 그것도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심리전 작전을 하는 것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 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단작전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같은 날 K씨는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과 만나 관련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K씨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전시도 아닌데 먼저 도발, 정말 이상... 총선 영향 미치려는 건가 생각도"- 2023년~2024년 국군심리전단 O중대에서 복무했는데.
"처음 배치 받으니 '너 오기 전 문재인 정부 때는 부대가 없어지네 마네 했다' '훈련도 거의 안 하고 진짜 꿀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훈련 횟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풍선이 혹시라도 북쪽으로 날아가면 안 되니 훈련은 항상 후방 지역으로 가서 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확 바뀐 건 2023년 9월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판결 직후부터였다. 간부들로부터 '이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무렵부터 실작전 준비가 본격화됐다."
- 언제 처음 실작전 지시를 받았나.
"헌재의 위헌 판결이 나오고 한 달쯤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2023년 10월에서 11월경이었다."
- 처음 작전 지시를 받았을 때 부대 분위기는 어땠나?
"부대원들이 동요하고 분위기는 아주 무거웠다. 동기나 후임들이랑 그때 '이거 하는 거 맞나?' '우리가 먼저 도발하는 것 아니냐', '되게 위험할 것 같은데'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다. 실작전은 항상 야간에 했는데, 처음 작전 나가서는 '여기 포탄이 떨어지면 어떡하지'란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기지 위치는 북한도 다 알고 있을테니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여기에 포를 쏠 수도 있겠구나'라는 걱정을 했다."
- 작전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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