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기도 하고, 춥기는 왜 그렇게 추운지... 무엇보다 행사가 너무 늦게 시작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집회하고 행진하고 집에 돌아가려면 지하철이 끊길까봐 영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 고민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모두 다 같은 마음일 수도 있어, 혹시라도 비상계엄 1년째 되는 날 진행되는 '12.3 시민대행진' 참여율이 저조할까봐 그것이 더 걱정되었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가는 거다.
하지만 너무 추웠다. 있는 대로 옷을 껴입고 목도리하고 장갑까지 끼었는데도 추워도 너무 추웠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길에 빽빽하게 서 있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니 추위가 많이 약해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막아주니 바람이 우리를 피해서 달아난 것이었다. 뭉치면 따듯하고 헤어지면 춥다. 예상을 뛰어넘고 참여 인원이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었단다. 평소에 집회 때마다 꼭 나오는 사람들은 물론, 그날 새벽 알려진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분개하여 평소 잘 나오지 않던 사람들까지 다수 나왔기 때문이었다.
박범계 의원을 실물로 처음 보았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두세 번 본 것 같았다. 용 의원은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한 절체절명의 순간, 국민께서 막아주시지 않았다면 계엄은 결코 막을 수 없었다"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 역사는 백 배, 천 배의 해악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도 나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사법 쿠데타를 진압하고 다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이날 참석이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은 경호상의 이유로 함께 자리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도 참석했다. 든든했다. 2025년 12월 3일, 우리는 왜 다시 거리에 나왔을까. 이유는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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