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다"며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의혹으로 특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재단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한 헌법적 결단"면서 "이걸 (위반하는 것을) 방치하면 헌정 질서 파괴 뿐만 아니라 종교전쟁 비슷하게 될 수도 있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일본 정부의 종교재단 해산 명령 청구 사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2023년 10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종교법인법을 근거로 통일교 재단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법원에 청구한 사건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도쿄지방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여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내렸고, 통일교가 4월 이에 불복해 항고해 상급심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종교법인법을 통해 종교법인을 별도로 관리한다. 반면 국내법엔 종교단체 관련 법인을 별도로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일반적으로 법인에 적용되는 법 조항인 민법 제38조를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종교재단 해산의 법적 근거로는 정교분리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0조 제2항과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에 관한 민법 38조가 고려될 수 있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종무를 관할하는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종교법인이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써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배했다고 판단하면 법인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측이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해산과 관련한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 엄격한 기준 적용해야실제로 과거 2020년 3월 서울시는 신천지 측 사단법인 '새하늘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 등 관련 법인들에 대해 공익을 현저히 해하고 설립 목적 외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이는 주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방역 활동 방해 및 정부 지침 미준수 등과 관련된 조치였다. 신천지 측은 서울시의 법인 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으나, 항소심(2심)과 최종심(서울시의 상고 포기)에서는 신천지 관련 법인들이 잇달아 승소했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법원이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당연하다. 종교단체에 대한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은 국가 공권력에 의한 종교 활동과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제한으로, 당연히 헌법상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이 준수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례의 원칙은 공권력 행사의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성이 지켜져야 하고, 따라서 긴절한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최소한도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적절한 제제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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